[화제의 책] 속아 산 것도 분통한데… 이대로 죽을 순 없어!
△꽃제비 영대(문영숙 글)
평범한 북한 어린이가 꽃제비·죄수·탈북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생생히 담아
지난 5월, 탈북한 청소년 아홉 명이 라오스에서 강제 추방돼 북한으로 되돌아간 사건이 있었다. 왜 그들은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려고 했을까? 아마도 많은 어린이가 이 의문에 대해 '배가 고파서', '핵무기를 만들고 있어 위험해서' 등의 답을 내놓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꽃제비 영대'는 가슴 아픈 현실 속에 살아가는 북한 어린이들의 삶을 생생히 담아낸 역사 동화다. 식량난이 극심하던 1990년대, 부모님과 누나, 동생과 함께 오손도손 살던 영대네 가족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원자재가 부족해 공장이 돌아가지 않자, 공장에 다니던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고 만 것. 그러자 엄마와 누나는 장마당에서 살림살이를 내다 팔아 근근이 식량을 마련한다. 소학교에 다니는 영대와 여동생은 쇠붙이나 못 쓰는 종이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꼬마 과제'를 채우지 못해 매일 수령님 초상화를 닦거나 화장실 청소를 한다. 결국 누나는 '이밥'(쌀밥)을 맘껏 먹고 돈도 벌게 해 준다는 사람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고, 아버지는 몸이 약한 영옥이를 위해 절벽에 있는 버섯을 따다 목숨을 잃는다. 이후 형편이 더 어려워져 학교에 못 가게 된 영대를 위해 엄마는 식량을 훔치다 걸려 감옥에 끌려간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영대와 영옥이는 장마당에서 구걸하는 꽃제비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열차의 갈탄(석탄)을 훔치자는 친구의 말에 영대는 자신과 동생을 위해 식량창고에 손을 댔던 엄마를 떠올린다.

'식량창고에 있던 양식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나라에서 선군정치를 부르짖으니, 군인들을 먹이기 위한 것이었을 게다. 그런데 인민들이 다 굶어 죽으면 누가 군인이 될까. 학교도 먹을 게 없어 문을 닫고, 아이들은 꽃제비가 되어 거지처럼 살아가는데 누가 군인이 되어 공화국에 충성을 바칠까.'

결국 영양 실조로 영옥이가 죽고 영대는 유일한 가족인 누나를 찾아 무작정 탈북을 시도한다. 무사히 중국에 도착했지만 누나를 찾다 공안에게 붙들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1년 넘게 수용소에 갇혀 온갖 모진 고문을 받다 풀려난다. 뼈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영대는 누나를 찾으러 다시 한 번 두만강을 건넌다.

'강물이 얼음처럼 찼다. 물살이 세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이 들었다. (가운데 줄임) 영대는 그 자리에 멈춰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물소리를 내거나 머리를 내놓다가 불빛에 모습이 드러나면 그대로 끝장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여태껏 속아 산 것만 해도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어린이들은 책을 읽으며 평범한 북한 어린이가 꽃제비ㆍ죄수ㆍ탈북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같은 민족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그들이 안타까워 눈물이 핑 돌지도 모른다. 그리고 '북한의 어린이들이 우리와 똑같이 자유를 누리고, 또 남북한이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통일의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동화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강력한 메시지다.(서울셀렉션 펴냄ㆍ값 8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