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글쓰기상 산문-지금은 김장할 시간
  작성자 김윤지 등록일
2016-11-22
지금은 김장할 시간

충북 충주시 충주중앙초등학교 4학년 3반 김윤지



며칠 전 할머니 댁에서 생전 처음으로 김장을 해보았다. 명절이 아닌데도 친척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날, 울근불근 힘이 센 어른들이 고생하시는 날이 바로 김장하는 날이다.

하지만 즐겁지만은 않은 날도 김장하는 날이다. 불행하게도 이번 김장은 평일이 아닌 주말이었다. 아, 평일이었으면 좋았을 걸...... 김장 안 돕고 쉴 수 있었을 텐데......

벌써 당일 아침이다. 시간이 왜 이리도 빨리 가는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젠 할머니 댁에 가야할 시간이다. 동생들은 칭얼대고, 옷에 양념범벅을 할 생각에 으~ 몸이 떨렸다. 이미 늦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해 버렸다.

'고생은 이제 시작이야. 이제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어야지. 한 번쯤 김장을 돕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걸? 한 번 해볼까?’

이런저런 생각할 때였다.

"뭘 그렇게 가만히 서 있어? 어서 도와야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시뻘건 고무장갑을 꼈다.

'이젠 어쩔 수 없어. 시작하면 끝을 봐야지. 이미 엎어져 버린 물이야.'

난 체념하고 김장을 돕기 시작했다. 이런 나를 보고 작은 아빠가 큰 소리로 칭찬하셨다.

"이야, 윤지 많이 컸네. 김장도 돕고 말이야. 최고다, 최고!"

난 작은 아빠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지만 안 그런 척, 겸손한 척을 했다.

"일 때문에 못 오신 아빠 대신 온 것뿐이에요. 일손이 부족하잖아요."

이런 나의 대답에 작은 아빠의 대견하다는 표정은 당최 풀리지 않았다. 난 작은 아빠의 반응에 더 으쓱해져 잘난 척을 해 보았다. 그것도 아주 새침한 표정으로.

"제가 좀 그렇지 않아요? 추운 초겨울에도 쑥쑥 자라고 똑똑하기까지 하고 말이에요."

온 친척들의 눈길이 나를 향했다. 말없이 나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난 수습해야 했다.

"거짓말이었어요. 웃자고 한 말이었다고요."

쥐구멍이 있다면 숨어버리고픈 심정이었다. 이 심정을 알 리 없는 어른들은 하하하 , 호호호 웃으셨다. 작은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셨다.

" 꼬맹이가 이렇게 숙녀로 자란 게 안 믿겨."

숙녀라는 말을 들어서 쑥스러웠다. 어른들의 칭찬에 힘든 줄도 모르고 배추를 버무렸는데 그때까지도 내 손은 지칠 줄 모르고 쉴 새 없이 배추에 양념을 발랐다. 발이 찌릿찌릿 저리고 팔이 덜덜덜 떨리고 아파왔다. 난

"전 여기까지 입니다."

라고 말하고 뻘건 양념이 덕지덕지 묻은 고무장갑을 벗었다. 내 팔뚝에 양념이 묻어 있었는데 맨손을 보니 반가웠다. 내 손인데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다. 그렇게 한참 기특한 내 손을 요리조리 살피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사촌동생이 와 있었다. 사촌동생은 내 팔을 끌며 놀러 가자고 졸랐다. 난 끌려가며 생각했다.

'내가 만든 김치가 잘 익을지는 모르지만 다음번에도 김장을 함께 해야지. 은근 재미있는 것 같아. 참 잘한 것 같아. 수고했어. 내 두 손.‘

하루 종일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고 아팠지만 이상하게 뿌듯한 마음이 난 가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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