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독자마당/딸기
  작성자 박인자 등록일
2013-03-14
딸기
충북 충주시 지현동 1306번지 박인자(010-3028-2833)
(충주남산초등학교 3학년 김지우 엄마)

요즘 시장에 가보니 딸기를 많이 팔더라고요. 빛깔도 곱고 맛도 굉장히 달콤한 게 맛있던데요. 지금이야 사계절 딸기를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죠.
저 어릴 적 뒤란에 아버지는 딸기 몇 포기를 심었었어요. 딸기가 일 년이 지나면 금세 덩굴이 퍼져 딸기가 많이 달리곤 했었습니다. 아이들이 많은 우리 집은 서로 붉어진 딸기를 먹으려고 새벽마다 난리가 났고, 어머니는 자연스레 각자의 딸기덩굴을 지정해 주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서로 자기 딸기가 많이 달렸으면 하는 마음에 죽어라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다 정말 죽은 딸기도 있었지요. 우리는 서로 다른 딸기에 눈독을 들여 딸기가 익으면 넓은 잎 속으로 슬쩍 숨겨놓았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각자의 빨갛게 익어가던 딸기가 한꺼번에 없어진 거예요.
우리는 눈에 불을 켜고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범인은 찾질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듭한 결과 범인은 분명 다른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죠. 2차 회의를 통해 우리는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바로 빨갛게 익은 제일 큰 제 딸기를 잎사귀 위에 훤히 보이게 하는 거였죠. 우리는 숨어서 범인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저쪽에서 뿌스럭 부스럭 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눈깔사탕만한 눈이 되어 숨을 멈추었습니다.
아! 그런데 나타난 것은 옆집에서 기르던 큰 수탉이었습니다. 수탁은 그 뾰족한 부리로 잘 익은 제 딸기를 몇 번 콕콕 찍더니 이내 단번에 삼켜버렸지요. 우리는 그날부터 옆집 아주머니 몰래 그 수탉만 보면 “내 딸기 내놔, 내 딸기 내놔.” 하며 돌도 던져보고 막대기로 괴롭혔지요. 그래도 얼마 후 그 수탉이 옆집 밥상에 오르던 날 왠지 허전하고 수탉이 불쌍해 그동안 괴롭혔던 것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 같이 모여 무릎을 꿇고 하늘나라로 간 닭을 위해 미안하다고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죠. 안 그러면 꿈속마다 나타다 그 부리로 딸기대신 우리 머리를 콕콕 찍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 오늘 모처럼 큰맘 먹고 산 딸기. 맛있기도 하지만, 자꾸만 어릴 적 그 수탉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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