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돼지는 잘못이 없어요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송남희 기자
구제역 돈다고 건강한 가축까지 죽이는 게 옳은 걸까?

최근 구제역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 등 발굽이 2개인 동물이 감염되는 가축 전염병이다.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최근 구제역을 소재로 한 동화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은이는 얼마 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중견 아동문학가이다.

지난 2010년 대한민국은 구제역으로 인해 350여 만 마리의 가축을 도살해야 했다. 지난 해에도 역시 1000마리가 넘는 동물이 안타까운 죽임을 당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가축이 바로 돼지다. 사육 밀도가 높은데다가 전파 속도가 소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창작동화 ‘돼지는잘못이없어요’는 ‘더 큰 전염병 창궐을 예방한다’는 명분 아래 멀쩡히 살아 있는 건강한 가축을 죽이는 게 옳은가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주인공은 아토피가 유난히 심한 상우다. 급식 시간에 나온 고등어 구이를 먹고 병원에 실려 간 상우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 차 할아버지가 있는 시골로 향한다. 이곳에서 아기 돼지 상돈이와 지내며 학교에 다니는 재미를 붙이던 상우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옆 동네에서 구제역이 돌아 동생처럼 아끼던 상돈이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것. 그러자 상우는 서둘러 짐을 챙긴다. 그리고는 상돈이를 몰래 빼돌려 산으로 향한다.

이 책은 안전을 위해 다른 종의 생명을 빼앗는 게 옳은가에 대한 물음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살처분을 그저 비난만 하지 않는다.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종수 삼촌의 이야기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돼지를 키울 수 밖에 없는 사정과 살처분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전한다.

이 동화를 읽다 보면 구제역이 왜 생기고, 구제역이 유행하면 왜 병에 걸리지 않은 가축을 죽여야 하는지, 다른 방법은 정녕 없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구제역과 동물 살처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지 되돌아보게 한다. (내일은여는책 펴냄·값 1만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