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재난…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이현순 기자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김려령 지음ㆍ최민호 그림ㆍ문학과지성사 펴냄)

◇‘30킬로미터’(김영주 글ㆍ모예진 그림ㆍ창비 펴냄)

수십 년 전에 비하면 요즘 어린이들은 너무나 풍족하게 지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어둠이 존재한다. 스마트폰과 SNS 등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활 및 삶을 비교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처지를 비관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뭔가 조금 다르다. 이 장편 동화는 3년 전 ‘완득이’로 널리 사랑을 받았던 작가 김려령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 화재 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3일간의 재난을 생생하게 그린 또 하나의 장편 동화 ‘30킬로미터’가 나왔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 앞에서도 꿋꿋하게 자신과 행복을 찾아가는 현성이와 장우의 찡하고 유쾌한 성장기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전 잠깐 비닐하우스에 살게 된 현성이네 가족. 하지만 삼촌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잠깐의 캠핑같이 재미있던 삶이 부서지고 만다. 이후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다른 집에 일하러 출근하게 되고, 아버지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하지만 부모님은 점점 더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장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삶이 복잡해졌다. 두 주인공은 충분히 엇나갈 환경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둘은 낡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미없는 동영상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을 만든다.

그렇게 둘은 어둠과 좌절을 딛고 친구와 유튜브를 하며 어른들 때문에 멀어졌던 세상 속으로 다시 조금씩 행복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힘든 일에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는 어린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되찾길 기도하며 하나둘 책장을 넘기게 되는 동화다.

‘30킬로미터’는 ‘만약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재난 동화다. 작품의 배경은 고묵 원전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마을(삼벽)이다. 원전 화재 발생 이후 사람들이 3일간 겪는 사건을 통해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새로운 관점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다시 말해 가만히 있어도 되는지, 아니면 방사능 오염을 위해 대피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한다.

그 사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만다. 찬우와 민지, 그리고 이웃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소중한 마을과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특히 피폭을 두려워하는 이들의 갈등을 통해서는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와 거리 두기의 딜레마를 겪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재조명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담담하고 차분하고도 따뜻한 그림이 재난 상황에서의 인간미를 잘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