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공동체 의식 다져 온 조상들의 삶과 지혜 생생히 되살려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송남희 기자
◇‘우리 세시 풍속 도감’(홍영우 그림)

‘도감(圖鑑)’은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엮은 책이다. 이를 통해 실물로 만날 수 없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 ‘세시풍속(歲時風俗)’은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되풀이하여 행해 온 고유의 풍속을 말한다. 여기에는 자연과 더불어 함께 놀고 함께 일하며 공동체 의식을 다져 온 옛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다.

최근 나온‘우리 세시 풍속 도감’은 재일조선인 화가 홍영우(1939~2019)가 남긴 풍속화 여든 점에 쉽고 자세한 설명글을 곁들인 책이다. 풍경과 세시풍속, 장날, 전통놀이, 음악과 춤 등 모두 4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모내기ㆍ단옷날처럼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우리 조상들의 전통풍습, 농악ㆍ고싸움처럼 민족의 흥과 얼이 담긴 놀이와 춤까지 다채로운 그림을 망라한다.

이 도감의 가장 큰 장점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의 옷차림은 물론, 배경에 있는 나무 한 그루와 연장 등 하나하나를 허투루 그리지 않고 정확한 고증과 관찰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려 놓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통놀이의 하나인 ‘씨름’그림에는 마을과 마을의 이름난 장사 두 명이 장터에서 만나 씨름판을 벌이는 모습이 담겼다. 상품으로 내걸린 황소의 모습과 함께 시골 장터의 모습이 온전히 되살아났다. 그러면서 샅바 잡는 법, 씨름의 종류까지 두루 안내한다. 그림 속 씨름 장면은 샅바 없이 씨름을 벌이는 ‘민둥씨름’이다.

‘시집가는 날’은 신랑이 신부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말을 타고 집을 나서는 모습, 신부 어머니가 정성껏 마련한 이바지 음식을 고리에 바리바리 담아 실어 보내는 장면을 소개한다.

특히 ‘쇠장’은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에 국가 보존 작품으로 소장돼 있을 만큼 뛰어난 그림이다. 횡성과 수원 쇠장 등 이른바 ‘3대 쇠장’중 김천 쇠장을 그린 것으로, 소 500~600마리가 장날에 나왔다고 전해진다. 튼튼한 소를 고르기 위해 소 이빨이나 뿔, 털 빛깔, 몸집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온갖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처럼 그림과 설명을 읽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놀고 일하며, 공동체 의식을 다져 온 옛사람들의 지혜를 마주할 수 있다.(보리 펴냄ㆍ값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