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인권·자본 맞물린 사회 구조…'민영화'를 말하다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송남희 기자
◇‘당신의 기억을 팔겠습니까?’(강다민 글ㆍ최도은 그림)

‘민영화(民營化)’.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경영하던 사업을 민간인이 맡게 되는 것을 말한다. 국가 개입을 줄여 시장의 기능과 민간인 활동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민영화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로나 병원은 민영화가 일부 이뤄졌으며, 국가은행과 전기도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영화는 도대체 뭘까? 이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주는 동화가 나왔다.

‘당신의 기억을 팔겠습니까’는 어린이들에게 아직 낯설고 어렵기만 한 ‘민영화’를 흥미롭고 진지하게 알려준다. 어느 날 민영이네 동네에 최첨단 대형 스타 마트가 생긴다. 그러자 사람들은 크게 환영한다.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가난한 민영이네와 길고양이들은 터전을 잃는다. 돈을 구하기 위해 미로 찾기 대회에 나간 민영이는 게임 룰을 어겨 돈을 받지 못하고, 결국 기억을 팔아 돈을 마련한다. 그 한편 사람들은 기억을 잊고 행복해하고, 기억을 판 민영은 자꾸만 두통에 시달린다.

이런 가운데 동네의 고양이들은 자꾸만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이들 고양이는 어디로 간 것일가? 동화는 기업이 이득을 우선시 했을 때, 과학 발전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 민영이와 과학자는 슬픈 기억과 욕망을 제어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팔려는 스타 마트,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거대한 스타 그룹에 맞서 이길 수 있을까? 이 동화의 장점은 민영화를 지루한 설명으로 이해시키지 않는 데 있다.

민영이와 아빠의 대화 도중 민영화의 역사적 배경과 폐해 등을 꼬집는다. 여기에 익숙한 배경, 빠른 전개, 사람과 동물의 교감,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 예상치 못한 반전 등 흥미와 몰입도 높은 이야기가 본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인권과 자본이 맞물린 뿌리 깊은 사회 구조, 나와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이 한층 높아졌다는 기쁨을 갖게 된다.(내일을여는책 펴냄ㆍ값 1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