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화가 우리 그림] 그림에 스민 우울한 삶의 그림자, 심사정
그림에 스민 우울한 삶의 그림자, 심사정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가 가운데는 불우한 삶을 살다 간 사람이 많다. 현재 심사정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묘비명에는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 근심과 걱정이 끊이지 않는 쓸쓸한 날을 보내면서도, 하루도 붓을 쥐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적혀 있다. 아마도 짊어진 삶의 아픔과 쓰라림을 그림으로 풀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담한 멋을 지닌 명작

조선 시대의 그림 중에는 새 그림이 꽤 많다. 하지만 <딱따구리>처럼 단아한 멋과 운치를 지닌 그림은 흔치 않다.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을 꼽으라면 반드시 들어갈 만한 걸작이다.

먼저 이 그림은 화가의 능숙한 붓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딱따구리의 아름다운 모습, 매화의 꽃과 줄기 등을 표현한 데서 어색한 구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구도 또한 완벽에 가깝다. 그림의 중심을 이루는 매화나무는 대각선 방향으로 위로 뻗어 가고, 아래의 언덕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그 사이의 화면 한가운데에 딱따구리가 자리 잡고 있다. 머리와 가슴 쪽에 난 선명한 붉은 털이 딱따구리의 존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딱따구리가 매화를 쪼니 꽃잎이 지고

<딱따구리>는 한마디로 색채감이나 균형감 등 나무랄 데 없는 그림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멋은 뭐니 뭐니 해도 새 뒤쪽에 떨어지는 꽃잎에 있다.

고즈넉한 어느 봄날, 딱따구리 한 마리가 오래 묵은 매화 둥치에 바싹 붙어 나무를 쫀다. 딱따다다다다…. 그 소리에 봄날의 정적이 깨지고, 그 미세한 떨림에 ‘툭’ 하고 꽃잎이 떨어진다. 그 순간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라. 그 아련한 풍경을 그리다 보면 왠지 모를 애틋한 감정으로 가슴이 저릴 것이다.

만약 떨어지는 꽃잎이 아니었더라면 이 작품은 매우 밋밋하고 단순한 그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얼핏 보면 그저 해묵은 매화 둥치에 앉은 딱따구리를 솜씨 좋게 그렸다는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이 꽃잎이야말로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려내는 핵심 장치인 셈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림을 조용히 감상해 보자. 그림 속에 묻은 쓸쓸함과 애잔한 고독이 느껴질 것이다. 아마도 심사정의 울적한 마음이 그림 속에 배어든 탓이 아닐까.

/자료 제공: ‘암각화부터 이중섭까지 우리 화가 우리 그림’(지은이 장세현ㆍ학고재)

심사정, <딱따구리>, 18세기

심사정, <파교심매도>, 18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