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혼, 고구려 여행] 도성 유적지
세계 유산에 등재돼 길이 보존해야 할 도성 유적지

이제까지 소개한 세계 유산 고구려 유적들은 고구려인이 남긴 많은 유적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북한ㆍ중국ㆍ한국의 노력에 따라 더 많은 고구려 유적들이 세계 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경우 2001년에 세계 유산 등재 신청 때 그 대상을 훼손이 걱정되는 고분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달리 고구려 도성들은 목록에서 빠져 2004년에 세계 유산으로 등록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에 남아 있는 대성산성과 장안성은 세계 유산으로 당장 선정 되어도 모자람이 없는 훌륭한 유적들입니다.

●큰 규모 자랑하는 '인학궁성'

서기 427년 장수왕은 나라의 수도를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옮겼습니다.

이 때 왕이 살 궁성으로 쌓은 것이 안학궁성입니다. 둘레 2488 mㆍ넓이 38만 ㎢ 남짓한 큰 성이지요. 궁전은 외전ㆍ내전ㆍ침전ㆍ동궁 등 기능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특히 왕이 조회를 하는 내전 제1궁전의 경우 앞면 길이 87 mㆍ옆면 27 m의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길이가 30 m인 것에 비하면 이 궁전이 얼마나 웅장한지 알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건물은 모두 사라졌으며 현재는 터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당시 성 둘레에는 물이 흐르는 해자가 있었고, 주변에 고방산성ㆍ청암산성이 있어 적의 침입에 대비했습니다.

아무리 만전을 기해도 위급한 경우가 닥치면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고구려인들은 성을 하나 더 쌓았습니다. 안학궁성 뒤 대성산에 둘레 7076 m의 대성산성을 쌓고, 그 안에 왕이 머물 행궁도 건설한 것입니다.

평지성과 산성이 하나로 되어 있는 것은 고구려 성의 특징입니다.

●방어 시설 잘 발달된 '대성산성'

대성산성 안의 연못 '미천호'. 이 성 안에는 무려 179 개의 연못을 갖춰 오래 적과 맞설 수 있도록 대비했다.

대성산성은 안학궁성과 달리 웅장한 성벽이 많이 남아 있어서 4∼5세기 고구려 성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성산성은 소문봉ㆍ을지봉 등 6 개의 봉우리와 능선을 연결해 만든 성입니다.

비상시를 대비한 성답게 방어 시설도 잘 발달돼 있습니다. 적이 공격해 오기 쉬운 구간에는 2중ㆍ3중으로 성벽을 쌓았고, 성벽에는 고구려성 가운데 가장 많은 65 개의 치(성벽에서 툭 튀어나온 부분. 성벽에 접근하는 적을 3 면에서 공격하기 위해 만듦.)를 설치했습니다.

이런 시설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대성산성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성 안에는 연못이 179 개나 있으며, 임금이 머물 행궁터와 군사를 위한 병영터 등이 있습니다. 성 안에 먹을 물이 많다는 것은 대성산성이 오랜 기간 적과 맞서기에 좋은 장소임을 보여 줍니다.

대성산성은 경치도 좋아 현재 평양 시민을 위한 유원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성산성은 이미 세계 유산으로 선정된 환도산성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아주 귀중한 유적입니다.

●고구려 최대의 성 '장안성'

장안성 내성의 북문인 칠성문.

한편, 고구려는 586년 수도를 안학궁성 - 대성산성에서 장안성으로 옮깁니다. 장안성은 552년~586년까지 35 년 동안이나 만든 고구려 최대의 성입니다.

내성ㆍ중성ㆍ외성으로 이루어졌는데, 내성 안에는 궁궐이, 중성에는 귀족들의 거주지와 정부 관청이, 그리고 외성에는 평민 특히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사는 공간이었습니다.

성벽은 바깥 둘레만 16 km, 안쪽 성벽까지 포함하면 23 km에 이릅니다. 고구려인들은 내성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다시 북성을 592년까지 건설했습니다.

장안성은 또 대동강과 보통강을 천연의 해자로 삼고, 평지와 산을 적절히 이용해 궁성과 산성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외성에는 정비된 도로와 운하 흔적, 을밀대ㆍ칠성문 등 빼어난 건축물이 즐비한 북한 사적 1호 유적입니다. 현재 평양시 중심부가 곧 옛날의 장안성이었습니다.

북한에 남아 있는 이 고구려의 도성 유적지가 멀지 않아 세계 유산으로 선정되어 보다 잘 보존되고, 그 가치가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되길 바랍니다.

/김용만(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

입력시간 : 2005-12-08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