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세계] 신화 이야기 조각② - '라오콘' 군상 조각
역동적인 몸짓과 표정… 고통·공포 '꿈틀'

<라오콘>, 기원전 150~50년 경, 높이 243.8 cm, 로마 시대 대리석 모각, 로마 바티칸 미술관

오늘 소개할 작품은 그리스 시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라오콘’ 군상 조각입니다. 여기서 군상 조각이란 2 명 이상의 사람이 등장해 구성된 조각을 말합니다. 1 인 조각상보다 역사적인 사건이나 신화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가 훨씬 쉽고 흥미진진한 내용이 담겨 있어요.

‘라오콘’의 인물들을 살펴 보세요. 매우 극적이고 역동적이지 않나요? 인물마다 순간적인 격렬함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조각은 기원전 100 년쯤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졌는데, 이 때는 헬레니즘 시기로 예술의 부흥기에 해당합니다. 당시 에게해 로도스 섬의 유명한 조각가인 아게산드로스, 폴리도로스, 아테노도로스가 합작해 만든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조각이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1506년 1월의 일이었어요. 로마 티투스 황제의 궁전 터 포도밭에서 밭을 갈던 농부가 발견했던 것입니다. 발굴 작업에는 30 세의 젊은 미켈란젤로가 직접 참여했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는 땅 속에서 점차 드러나는 조각의 몸통을 보고 “예술의 기적.”이라고 감탄했답니다.

‘라오콘’은 트로이의 목마와 관련된 그리스 신화 이야기 조각입니다. 신의 계시를 전하는 트로이의 신관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이 독뱀에 물려 죽음의 문턱에서 고통을 받는 장면이지요.

트로이와 그리스는 10 년 간의 지루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리스는 오딧세우스의 계략을 이용해 병사들이 숨은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로 보냈습니다.

얼마 후 목마는 의혹에 휩싸인 채 트로이 성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 때 그리스의 계략을 간파한 라오콘만이 트로이 시민들에게 목마를 경계하라고 소리쳤습니다. 병사가 숨어 있는 목마의 복부에 창을 던졌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라오콘의 이러한 행동은 그리스 편이었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샀습니다. 신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 것이지요.

포세이돈은 괘씸한 생각에 라오콘과 두 아들을 죽일 목적으로 두 마리의 바다뱀 퓌톤을 보냈어요. ‘라오콘’ 조각은 바로 이를 표현한 것입니다. 뱀은 작은 아들의 옆구리를 물고 온 몸을 감아 실신시키고 있습니다.

또 다른 뱀 역시 아버지 라오콘의 허리를 물며 고통을 주고 있지요. 고통의 신음을 내뱉으며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는 라오콘의 모습이 보이지요? 오른쪽의 큰 아들도 죽음을 예감한 듯 뱀의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참혹한 장면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조각가의 노력과 솜씨는 미켈란젤로 같은 위대한 조각가도 감명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조각은 발굴 당시 양쪽 팔과 다리가 많이 파손돼 미켈란젤로에게 보수를 의뢰했습니다. 그러나 미켈렌젤로는 다음과 같은 말로 거절했습니다. “내 기량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라고요.

/김석ㆍ조각가ㆍ미술학 박사ㆍ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교수


입력시간 : 2007-10-22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