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고전] 아언각비
"낙양은 조선 아닌 중국의 서울"… 바른말로 잘못 일깨워
1819년 정약용 선생이 정리해 쓴 우리말 어원 연구서
일상에서 흔히 쓰는 잘못된 말들의 의미와 유래 밝혀

1912년 조선광문회에서 발간한 아언각비 초판본(왼쪽)과 다산 정약용 초상화(오른쪽).

다산 정약용 선생(1762∼1836)은 평생 500여 권을 책을 남겼으며, 실학을 집대성한 분으로 유명하답니다.

선생은 어떻게 그 많은 책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책을 읽다가도 평소 궁금해 하던 내용이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때그때 따로 초록(옮겨 적어둠)해 두었다가 이를 바탕으로 더 깊이 연구하여 책으로 펴내곤 했지요.

선생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이 늘 쓰는 말 가운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원래 뜻과 달리 잘못 쓰거나 심지어는 반대로 쓰는 말조차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제대로 알려서 바로잡을 생각으로 꾸준히 자료를 모았답니다.

"장안이나 낙양은 중국의 서울 이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조선의 서울을 가리키면서도 '장안이다', '낙양이다'하는 걸까?"

'장안'이나 '낙양'이라는 말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곧잘 중국 것을 가져다가 우리 것으로 일컫는 잘못된 버릇을 깨우친 것이지요. 또 "사람에겐 '발'이라고 하면서, 소는 왜 꼭 '족'(발을 뜻하는 한자)이라고 부르는 걸까?"라며, 사람이나 짐승을 차별하지 않고 한 가지로 부를 것을 주장했어요.

그런가 하면 명절 때 제사상에 오르는 '약과'에 대해서도 그 유래를 살펴, "약과는 꿀로 만든 '유밀과'의 한 이름이며, 이를 '과'라고 한 것은 모양은 변했으나 과일이라는 이름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밀(꿀)을 '약'이라고 하므로, 밀반을 약밥(약반), 밀과를 약과라고 하게 되었다."라고 밝혔지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 중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이 많답니다. 그래서 선생은 항상 쓰는 말에 대해서 '왜 그럴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따로 적어 두었다가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헌들을 찾아보거나 그 뜻을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 올바른 의미와 유래를 밝히는 일을 꾸준히 했지요.

그러다가 18년간의 오랜 귀양살이를 마치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이듬해인 1819년 겨울에 그동안 모아 놓은 자료를 3권의 책으로 정리한 '아언각비'를 완성하였답니다. 책 이름의 '아언'은 '바른말' 또는 '항상 쓰는 말'이라는 뜻이에요. '각비'는 '잘못을 깨우친다'는 말이고요. 이를 합하면, '바른말로 잘못을 깨우친다' 또는 '항상 쓰는 말에서 잘못을 깨우친다'고 해석할 수 있지요.

"배움이란 무엇인가? 배움이란 깨닫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이란 그릇된 점을 깨닫는 것이다. 그릇된 점을 깨닫는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바른말에서 깨달을 뿐이다."('아언각비' 서문)

"세상의 풍속은 서로 전해지는 사이에 말이 실제의 뜻을 잃고, 그릇되어 이치에 어긋나도 이어 받아 그대로 따라 쓰며 그 잘못을 살피지 못한다. 우연히 하나의 그릇된 말을 깨달으니, 드디어 많은 의문을 일으켜서 바른말과 틀린 말이 그 실제의 뜻과 서로 반대가 되기에, 이런 말을 자료로 삼아서 아언각비 3권을 짓는다."('아언각비' 제1권)

이처럼 잘못된 말이나 나쁜 언어 습관은 점점 크게 번져서 우리말과 글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아언각비'에는 총 200여 항목으로 나뉘어 자연ㆍ풍속ㆍ제도ㆍ식물ㆍ음식ㆍ주거ㆍ도구 등 우리 생활 가운데 흔히 사용하는 말에 대해 그 뜻을 잘못 알고 쓰는 것, 음을 잘못 쓰는 것, 음이 같은 말과 사투리따위를 구체적인 문헌과 사례를 찾아서 밝혀 놓았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애국지사들은 일본에 빼앗긴 우리 국권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말과 역사 연구에 많은 힘을 기울였어요. 나라는 망했어도 그 정신인 말과 글, 역사를 잃지 않으면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 중에서도 주시경 선생(1876~1914)은 "우리나라의 말ㆍ글을 연구하여 이것을 고치고 바로잡아 장려하는 것이 오늘날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라며 우리말 연구와 보급에 평생을 바쳤답니다.

세종 대왕께서 만든 우리글 '훈민정음', 곧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는 그 뜻을 정확하게 알고 바르게 쓰려는 노력을 통해 더욱 빛이 나겠지요. 어린이 여러분! 정약용 선생은 '아언각비'를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려고 한 것일까요? 우리의 언어 환경을 깨끗하고 풍부하게 하는 것은 자연 환경을 잘 가꾸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하려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 '아언각비' 더 알고 싶어요!

△남양주 다산 유적지(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747번길 11ㆍ안내 전화 031-590-2837)

△실학박물관(www.silhakmuseum.or.kr)

△디지털한글박물관(www.hangeulmuseum.org)

/한문희(한국고전번역원 고전정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