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이야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세상의 중심은 바로 우리!

이 그림은 무엇을 그린 걸까? 아마 단번에 눈치 챌 수 있을 거야. 그래, 지도!

이게 지도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까닭은 어렴풋하지만 가운데 커다란 땅과 오른쪽에 붙은 땅이 중국과 우리나라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야. 뭐, 비례는 둘째 치고 말이지. 우리나라의 원래 크기가 남북한 합쳐서 중국의 40분의 1 정도인데, 이 지도에선 4분의 1 크기야. 실제로 우리 땅이 이렇게 크다면 참 좋겠다.

이 지도는 언제, 누가, 왜 그린 걸까? 궁금해지네. 지도 이름부터 알아야겠다. 지도 맨 위에 한자들이 적혀 있어. 이게 이 지도 이름이야. 옛날 한문은 반드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해. 보자,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고 쓰여 있네. 너무 길고 어려운 이름이다. 무슨 뜻일까?

‘혼일’은 한데 모아 섞어서 하나로 만들었다는 뜻이고, ‘강리’는 영토, ‘역대국도’는 각 나라의 수도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세계 각 나라의 영토와 수도를 한 장에 담아 그린 지도라는 뜻이 되겠네. 그렇다면 이 지도는 세계지도라는 얘기야!

커다란 중국이랑 우리나라밖에 없는데 세계지도라고? 이런 게 무슨 세계지도인가 싶지?

6백 년 전에 그려진 지도니까 한계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어. 일단 그걸 염두에 두고 살펴보자. 다른 나라도 그려져 있기는 한 건지 어쩐지, 그저 크기의 정확도가 떨어질뿐 있을 건 다 있는 지도인지 말이야. 우선 중국의 왼쪽을 볼까? 아래로 고드름처럼 뾰족하게 뻗은 땅이 두 개 있어. 왠지 눈에 좀 익지? 그래, 맞아! 왼쪽의 것은 아프리카야. 아프리카에 왜 이렇게 큰 호수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프리카가 분명해. 그 오른쪽에 붙어 있는 작은 땅은 아라비아반도. 어, 그런데 아라비아반도 오른쪽에 있어야 할 인도가 안 보이네? 가만, 중국 옆에 가서 붙어 있구나. 아프리카 바로 위에는 원래 있어야 할 지중해가 없긴 하지만 유럽이 있는 거 같아.

이번에는 우리나라 옆을 봐. 일본이 안 보여. 어디 갔지? 아! 여기, 모양도 이상하고 위치도 틀렸지만 있긴 있네. 우리나라 아래에 있는 작은 섬이 일본이야. 아래쪽, 그러니까 인도차이나반도나 인도네시아 등이 있어야 할 곳은 작은 섬 몇 개로 끝! 이것 참, 간단한 세계지도네.

그렇다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누가 만든 걸까? 바로 우리나라 사람이야!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지도 맨 아래에 이 지도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써 놓았는데, 조선 시대 신하들이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어. 참 호기로운 우리 조상님들이라니까! 하하.

조선 시대 양반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조사한 뒤에 이 지도를 그린 걸까?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건데! 사실 우리나라 왼쪽에 있는 중국ㆍ아라비아ㆍ아프리카ㆍ유럽 같은 곳은 몽골 제국 시대에 제작된 지도를 참고해서 만들었고, 일본의 경우는 조선 사신이 일본에 가서 베껴 온 지도를 참고해서 만든 거야. 직접 조사해서 만든 건 우리나라뿐이래. 베껴 그린 세계지도인 셈이야. 그럼, 여기서 퀴즈 하나.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지도에서 빠진 곳, 어디일까?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가 안 보여! 아직까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하기 전이라 이런 땅이 있는지 유럽은 물론 아시아 사람들도 전혀 모를 때거든. 내가 모르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없는 존재가 되는 것, 생각해 보면 이건 편견이야. 그러니 사람은 늘 겸손해야 하는 것 같아. 내가 모르는 세상이 훨씬, 훠~얼씬 더 넓으니까 말이지!

/자료 제공= ‘알고 봐도 재미있고 모르고 봐도 흥미로운 우리 유물 이야기’(강창훈 지음ㆍ웃는돌고래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