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 까치 호랑이 그림
<잡귀를 물리치는 짐승, 까치 호랑이 그림>

바보 호랑이, 당찬 까치

까치 호랑이 그림은 기쁜 소식을 물어다 주는 새인 까치와 음력 첫째 달을 상징하는 소나무와 호랑이를 함께 그려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을 표현했어요. 까치 호랑이 그림을 보면 커다란 호랑이가 한 마리 있고, 소나무 위에 까치가 앉아 있어요. 이 호랑이가 무서워 보이나요? 그림에는 사팔눈을 하고 솜사탕처럼 푹신해 보이는 발을 한 호랑이가 우스꽝스럽고 친근하게 표현됐어요. 반면 까치는 호랑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놀리는 듯 당찬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이 그림에는 당시 사회를 비판하는 풍자의 뜻이 담겨 있어요. 우스꽝스러운 호랑이는 권력을 내세워 자기 욕심만 채우는 부패한 관리를 상징하고, 까치는 힘없는 백성을 상징해요. 작고 야무진 까치(백성)가 크고 미련한 호랑이(관리)를 혼낸다고 생각하면 통쾌해지는 것 같아요.

친근한 바보 호랑이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대부분 친근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잡귀를 쫓는 액막이 그림에는 호랑이가 귀신을 잡아야 하니 무섭게 그려지지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그림에선 웃고 있어요. 만화처럼 눈이 튀어나오거나 뱅글뱅글 돌아가 있고, 날카로운 발톱이 보이지 않아서 전혀 무섭지 않아요. 실제 호랑이는 사람들이 무서워하지만 평소 억눌려 왔던 불만을 호랑이를 통해 표

현하다 보면 가깝게 느껴지지요.

호랑이가 많은 나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랑이 그림을 좋아하고 민화의 대표 그림으로 여기는 것은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관련이 깊어요. 산이 많아서 호랑이가 많이 살았고, 호환(虎患)이라고 해서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사람도 많았어요.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호랑이를 산신으로 믿기도 했어요. 우리나라 산신도에 호랑이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수원 팔달사에 벽화로 그려진 담배 피우는 호랑이 그림은 호랑이가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고, 토끼가 담뱃대를 호랑이에게 물려 주고 있어요. 다른 토끼는 그 옆에서 조심스럽게 호랑이를 지켜보고 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의 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한국적인 호랑이 그림을 그린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우리나라 느낌을 담은 호랑이 그림이 자리 잡은 시기는 조선 후기예요.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는 슬금슬금 걷던 호랑이가 갑자기 정면을 향해 머리를 돌린 순간을 그린 것입니다. 금방이라도 그림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생동감이 넘쳐요. 꼬리를 들어 올린 채 몸을 돌려 눈을 부릅뜨고 경계하는 호랑이 모습이 적을 공격하기 직전 같지 않나요? 과감하게 배경을 생략하고 그림 위쪽에 소나무 줄기만 그려서 호랑이를 강조했어요. 여기서 소나무는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이 그렸다고 알려져 있지요.

김홍도는 호랑이 터럭 하나도 빠짐없이 세심하게 그려 넣었어요. <송하맹호도>는 우리나라 호랑이의 위엄이 잘 드러나는 사실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어요.

<송하맹호도>, 김홍도ㆍ강세황, 18세기 후반

/자료 제공=‘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정병모ㆍ전희정 글, 조에스더 그림, 스푼북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