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 7개월간의 '흥망성쇠'
[엔짱] '불멸의 이순신' 주인공 돌연 탈락…
'애정의 조건' 중간투입 대히트, '해신' 염장 캐스팅 행운


‘청천벽력, 세옹지마, 전화위복, 인생역전….’

탤런트 송일국이 보낸 지난 7개월을 대변하는 말들이다. KBS 1TV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배역 돌연 교체, KBS 2TV 주말극 ‘애정의 조건’ 중간 투입 및 흥행 대성공, KBS 2TV 대하드라마 ‘해신’의 한재석 대타 캐스팅 등 연기 인생의 흥망성쇠가 7개월 동안 마치 드라마처럼 펼쳤다.

그런데 그 드라마의 시작인 이순신 배역 교체는 한 일간지 기사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4월 송일국은 ‘불멸의 이순신’ 캐스팅을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에서 “절대 기밀을 유지하라”는 엄명을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있던 상태에서 이순신이라는 영웅 캐릭터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머니인 탤런트 김을동이 출마했기에 송일국 캐스팅은 총선이 끝날 때까지 절대 알려져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러나 총선을 열흘 앞두고 기어이 기사가 나왔다. 송일국은 괘씸죄에 걸렸고 결국 이순신 역은 김명민에게 돌아갔다. 당시 그 기사를 쓴 기자는 미안한 마음에 송일국을 찾아가 사과를 거듭했다. 송일국은 오히려 “내가 부족한 탓”이라며 그 기자를 더욱 미안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쏟아진 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송일국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이어졌다. 송일국과 그 때 그 기자가 ‘해신’ 촬영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드라마틱한 지난 7개월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 이제 미안하다는 말은 그만해도 될 것 같다. 축하한다고 말하기도 좀 그런 것 같고.

=미안하다는 말, 듣기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이 더욱 잘 풀리고 있으니 이제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 그래도 이순신 역에서 탈락했을 때 좌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정도였다. 특히 그 일 때문에 내 연기 인생의 가장 큰 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당시 나는 MBC 일일극 ‘왕꽃선녀님’에 캐스팅돼 있었는데 자진하차했다. 제작을 진행하시던 내겐 은사격인 분을 찾아가서 “이순신을 하고 싶다”고 말할 땐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해 은사마저도 저버린 셈이었다.

▲ 또 미안해지려고 하는군. 그런데 배역이 바뀌게 된 과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나 역시 그렇다. 기사가 난 이후에도 제작진에선 “캐스팅에 변동은 없을 테니 준비 잘 하고 있으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체돼 버렸다. 당시 나는 제작진의 엄명 때문에 어머니 선거 운동을 제대로 돕지도 못했다. 핑계를 대가며 빠져다니기까지 했다. 캐스팅 탈락된 뒤엔 속으로 어머니 원망도 많이 했다. 엄청난 불효자였던 셈이다.

▲ 평생에 한이 될 뻔한 기사였군. 나는 철천지원수 기자가 될 뻔했고.

=그래도 지금에 와선 ‘불멸의 이순신’ 덕도 많이 보고 있다. 당시 1~2개월 준비하는 과정에서 검술, 승마, 궁술 등을 익혔는데 막상 ‘해신’에 캐스팅되니 그렇게 도움이 될 수 없다. 기존 배역들보다 한결 능숙하게 말을 타고 칼도 휘두르니 갑자기 투입됐지만 쉽게 적응해 촬영에 임하고 있다.

▲ 원래 당신이 염장 역의 유력 후보 중 하나였다가 '불멸의 이순신'에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져 후보에서 탈락한 사실을 아는가.

=금시초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이 내 많은 걸 망쳐 놓은 셈이군. 지금에 와선 전화위복이 되긴 했지만. ‘해신’과 내 인연은 정말 각별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내가 ‘해신’에 합류한 10월1일은 바로 내 생일이었다. 10월1일 국군의 날. 거기서 ‘1’자와 ‘국’자를 따낸 게 바로 내 이름 송일국이다. 운명의 여신은 역시 오묘하다.

▲ 염장은 지독한 악역이다. 그 동안 쌓은 좋은 이미지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저 대본에 충실할 생각이다. 어머니께서 “모든 연기자들이 너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겸손한 태도를 잃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신다. 악역이더라도 최대한 충실히 배역을 소화하면 내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해신’에 합류하도록 큰 도움을 주신 채시라 선배나 상대역인 玲痴?선배 등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다. 함께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이미지는 다시 만들어 가면 된다.

/스포츠한국 이동현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입력시간 : 2004-11-22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