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혼, 고구려 여행] 진파리 1호분의 벽화
사실적 소나무 그림은 산수화 발전의 시작

진파리 1호분 동벽에 그려진 청룡.

진파리 1호분은 6세기 전반기에 만들어진 무덤으로 평양의 동명왕릉에 가까이 있습니다. 이 무덤의 일부는 2003년 남북 합작 고구려 특별전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지요.

진파리 1호분 벽화에서 눈에 띄는 그림은 사신도입니다. 하지만 고분의 벽화를 대표하는 것은 소나무 그림입니다.

●인간 아닌 자연에 관심 보이기 시작

무용총 벽화에는 나무가 많이 그려져 있지만, 그다지 사실적이지 못했습니다. 정밀하게 그린 인물들에 견주어 보면, 나무나 산을 그린 솜씨는 아무래도 서툴렀어요.

진파리 1호분 천장에 그려진 해와 달.

고구려뿐만 아니라 당시 이웃 나라의 고분 벽화들도 산과 나무 등 자연에 대한 묘사는 엉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산은 사람보다 적게 그리고, 마치 줄기에 주먹하나 올려놓은 듯한 모습으로 나뭇잎을 그리기도 했으니까요.

무용총ㆍ각저총 등 5∼6세기에 그려진 다른 고분 벽화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산과 나무를 도안처럼 표현하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진파리 1호분 벽화는 바람에 날리는 소나무의 모습을 정말 세세하게 잘 그렸습니다. 화가가 비로소 사람이 아닌 나무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 것이겠지요?

이 소나무는 널방 북벽 좌우에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북벽에 가장 크게 그려진 현무보다도 더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묘사가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나무 그림은 나무 아래에 그려진 산악과 같이 볼 경우에는 여전히 크기의 비례가 어색한 점이 눈에 띕니다.

●산수화, 동양 미술 대표 회화 장르로

진파리 1호분의 북벽에 그려진 소나무와 현무.

진파리 1호분의 소나무 그림을 시작으로 고구려에는 자연을 그린 산수화가 크게 발전하게 됩니다. 1988년 황해도 안악군에서 발견된 평정리 1호분 벽화의 동벽에는 월암산이, 서벽에는 구월산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지요. 온화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월암산, 엄숙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구월산이 산수화의 전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뒤 산수화는 동양 미술을 대표하는 회화 장르가 됩니다.

중국은 고구려보다 조금 늦은 7세기 말 이후 당나라 시대부터 산수화가 발전합니다. 이 때 고구려 화가의 그림들이 영향을 준 건 아닐까요?

●생동감 넘치는 벽화ㆍ장식품

진파리 1호분 널방 네 벽에는 움직이는 구름 모습을 표현한 문양인 유운문이 많이 그려져 있어, 사신들의 생동감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그 가운데 청룡은 마치 구름 속에서 날아오르는 듯합니다. 구름의 방향 또한 청룡ㆍ주작ㆍ백호ㆍ현무의 자세와 조화를 이루어 파도가 치는 듯한 율동감을 보여 줍니다. 특히 구름 문양 안에는 바람에 날리는 연꽃과 인동초 문양을 적절하게 배치해 더욱 아름다운 하늘 세계를 나타냈습니다.

무덤 천장에도 연꽃무늬ㆍ유운문ㆍ해와 달 등이 그려져 있는데, 인동당초무늬 등은 구름 무늬와 마찬가지로 아주 생동감이 넘칩니다.

심지어는 천장 꼭대기에 그려진 해와 달에도 팔랑개비가 도는 듯한 문양을 그렸습니다.

한편, 진파리 1호분에 관련해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무덤 안에서 북한의 국보로 지정된 해뚫음무늬금동장식이 나왔습니다. 가운데에 구슬을 박은 둥근 테 속에 태양을 상징하는 세발 까마귀와 두 마리 용, 불을 뿜는 봉황, 불꽃 무늬들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아주 멋진 장식품이지요.

생동감 넘치는 벽화와 장식품을 좋아한 무덤의 주인공은 아마도 활달한 기상을 가진 고구려의 무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김용만(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

입력시간 : 2005-09-08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