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문화 상징 100] 금줄
새끼줄로 귀신·잡병을 쫓아내다
서낭당 등 신성한 장소 표시··· 집안에 아기 태어났을 때도 걸어

김남석(작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렸을 적에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리면 집 대문에 어김없이 금줄을 걸었습니다. 금줄에는 '우리 집에 소중한 아기가 태어났으니 함부로 집 안에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뜻이 담겼지요.

신성한 장소에 치는 금줄

교회나 성당ㆍ사찰에 가면, 그 종교의 신자가 아니더라도 몸가짐을 바르게 하게 됩니다. 신성한 곳에 왔으니 경건해야 한다는 마음에서지요.

서양의 종교가 들어오기 이전, 우리 조상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마을 들머리 또는 고갯마루에 있는 서낭당이나 신처럼 모시는 당산나무 등 민속 신앙이 깃든 곳이지요. 이런 곳에는 함부로 드나들지 말라는 뜻으로 반드시 금줄을 쳤습니다. 이것은 경계심 없이 드나들면 부정을 타게 되니 스스로 조심하라는 의미이기도 했어요.

당산제(마을의 조상신이나 수호신에게 지내는 제사) 날짜가 정해지면 이를 주관하는 제관은 몸가짐을 조심하며, 살고 있는 집의 문과 당산나무에 금줄을 겁니다. 이때 줄에 한지를 매달거나 붉은 황토를 뿌리기도 했지요. 이는 귀신들이 붉은 것을 싫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미신으로 여겨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신성한 곳에 금줄을 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우리의 민속 신앙 가운데 하나입니다. 출입구와 대문에 치는 금줄은 지방에 따라 형태나 이름에 좀 차이가 있지만, 그 뜻은 어디에서나 같아요.

이 밖에 무속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곳뿐 아니라 잡병을 쫓고자 할 때와 아기를 낳은 뒤에도 마찬가지로 금줄을 쳤습니다.

조상의 정신과 지혜가 깃든 문화

금줄 문화는 집안으로까지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장 담글 때도 장독에 금줄을 쳤습니다. 1 년 동안 그 집의 반찬의 맛을 좌우하는 간장ㆍ된장을 잘 담그기 위해 그만큼 정성을 쏟은 것이지요. 또 부엌 입구에도 금줄을 쳐서 부정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아기가 태어나면 산모가 아기를 낳은 뒤 행동을 조심해야 할 삼칠일(21 일) 동안 대문에 금줄을 둘러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기간 산모와 아기는 바깥 사람과 만나지 않고 몸조리를 했지요.

금줄을 거는 풍습은 바깥의 나쁜 기운이 집안으로 못 들어오게 한다는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들의 건강을 위해 병균을 막으려는 지혜도 깃들어 있었어요.

한편 동네 사람들로서는 새로 태어난 아기가 궁굼하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태어난 아기가 아들이면 금줄에 빨간 고추, 딸이면 솔가지를 끼워 매어 놓았답니다.

오늘날 금줄 풍습은 1970년대에 일어난 새마을 운동과 급속한 현대화로 인해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신을 없앤다고 하여 서낭당을 부수고 당산나무를 베어 버리는 일이 전국적으로 행해졌거든요. 지금은 깊은 산속 마을이나 민속촌에 가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금줄은 우리 조상의 정신과 지혜가 깃든 소중한 민족 문화의 하나임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