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하 교수의 만화 읽기] 평범하고 어수룩한 인물이 전하는 '웃음 속 교훈'

박인하(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ㆍ만화평론가)
동그란 얼굴에 더벅머리, 바보스럽고 착한 '머털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바로 이두호의 '머털도사'(청년사 펴냄)다. '도사'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그다지 비범해 보이지는 않는다. 평범하기 그지 없다. 섬세한 펜으로 조선 시대의 풍광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이두호 작가의 작품답게, 어느 특정한 시대는 아니지만 조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에 평범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머털도사'의 매력은 이처럼 너무 평범해 특별한 것이 없지만, 결국 그 안에서 자연스레 우리를 담아낸 것 같은 인물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머털이는 처음에는 동그란 얼굴에 더벅머리였다가, 사고를 당해 머리를 내려 코를 가리고 겨우 눈만 내놓고 산다. 카리스마 넘치는 삐죽 머리, 커다란 눈동자, 과장된 근육은 없다. 이런 평범한 인물, 기껏해야 조연이나 될 법한 인물이 도사로 나온다.

사람은 세상을 바라볼 때 먼저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뇌로 받아들이는데, 모든 정보를 100 % 저장하려면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니까 그 특징만을 저장하게 마련이다. 특징을 효과적으로 잡아내기 위해 비슷한 것을 묶고, 다른 것을 버리며, 때론 과장하기도 하는데 이때 선입관이 생긴다. 예를 들어 이러저러하게 생긴 사람은 폭력배야, 뚱뚱한 사람은 미련해, 눈이 커야지 예쁘다는 식이다. 이 같은 일반적인 선입관 때문에 머털도사는 도저히 도사 같지 않고, 주인공답지 않다.

이 시리즈는 '머털도사'를 시작으로 '머털도사와 108요괴', '머털도사와 또매형'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머털도사'는 머털이가 어떻게 수련을 했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가를 보여 준다.

옛날 옛날 누덕산 제일봉의 누더기 도사와 질악산 꼭대기의 왕질악 도사가 살고 있었다. 만화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빌어 설명하자면, 왕질악 도사는 장애물이 되는 거대한 나무를 도술로 없애 버리라고 제자를 가르치고, 누더기 도사는 거센 바람에 나무는 부러지나 갈대는 멀쩡한 것을 보고 깨달으라고 가르친다.

이 가르침의 차이는 두 도사 간의 대결로 이어진다. 이때 머털이는 스승을 잃고, 자신의 얼굴도 망가진다. 또 마을 사람들이 노예가 되는 시련을 겪지만 이를 통해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다. 모든 일을 해결한 다음에 어수룩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선 머털도사가 말한다.

"사람은 모두가 평등합니다. 빈부귀천이 따로 없다는 말입니다. 더구나 누구는 주인이고, 누구는 노예일 수는 없습니다. 누덕 마을은 노예고, 질악 마을은 상전이니 하면서 따지지 말고 서로서로 도우면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여러분은 이제 두 번 다시 내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임을 말씀드리면서 이상 연설 끝!"

이렇게 머털도사는 우리에게 재미와 교훈을 고루 전해 준다. 이후 머털도사는 요괴하고 싸우기도 하고(머털도사와 108요괴), 말썽꾸러기 또매의 버릇을 고치며(머털도사와 또매형) 살아간다.

도술을 쓴다고 하면 대부분 손에서 뭔가가 나가거나, 손이 길어지는 것과 같은 장면을 떠올린다. 또 도술로 싸운다고 하면 으례 '드래곤볼'과 같은 모양새를 떠올린다. 머털도사는 그런 격렬한 격투 장면 없이 유쾌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일본에서 발전한 격투 만화는 대결하고, 승리하는 공식이 거듭된다.

하지만 머털도사는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전개되고, 완결된다. 이야기가 더 명확하기 때문에 두꺼운 분량(339 쪽)도 쉽게 읽혀진다. 힘에 대한 숭배, 이겨야하는 승부와 같은 가치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나눔에 대해, 평화로운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 더욱 가치 있다.

△ 독서 포인트

① 머털도사는 친근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한국형 판타지, 모험 만화의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 그림체나 등장 인물의 모습을 잘 살펴보자.

② 누더기 도사의 제자 머털이는 10 년 동안 머리털 세우는 기술만 겨우 배우고 주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보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머리털 세우는 기술이 최고의 도술. 웃음 속에 생각해 볼 많은 교훈을 갖고 있는 만화다.

③ 머털도사는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지만, 1984년 '새벗'이라는 만화 잡지에 처음 연재된 출판 만화가 원작이다. 처음 제목은 '도사님 도사님 우리 도사님'이었다. 만화도 문학 작품처럼 원작이 갖는 의미나 재미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만화를 읽은 뒤의 활동 사례

① 왜 누더기 도사는 머털이에게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심부름만 시켰을까? 누더기 도사는 머털이가 어떤 도사가 되기를 바랐던 걸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 보자.

② 머털도사의 도술과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의 인물들이 가진 능력은 어떻게 다른가? 머털도사에 나오는 캐릭터와 다른 만화 캐릭터의 능력을 비교해 보자.

③ 내가 갖고 싶은 도술은 무엇인지,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