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오빠·유리 누나와 짝꿍 되고 싶어요"

노은지 기자 alpha@snhk.co.kr
눈앞에 램프의 요정이 '펑'하고 나타난다면, 어린이들은 과연 어떤 소원을 빌까? 초등학생 3명 가운데 1명은 '장래 희망을 이룰 수 있게 해 달라.'고 빌겠다고 답했다. 또 가장 학교에 가기 싫을 때는 '시험 보는 날'이며, 가장 짝꿍이 되고 싶은 연예인은 걸 그룹 소녀시대의 '유리'(남자)와 가수 2AM의 '조권'(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한국일보는 제88회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구의ㆍ명신ㆍ충무초등 4~6학년 어린이 300명(남 157명ㆍ여 143명)을 대상으로 어린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어른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 '내가 되고 싶은 부모상', '어린이날 가장 가고 싶은 곳' 등 15개 문항으로 짜여졌다.

어린이들은 램프의 요정에게 빌고 싶은 소원으로, 꿈 성취(97명)에 이어, △평생 생활할 수 있는 넉넉한 돈(64명) △유명 대학에 들어갈 실력(61명) 등을 꼽았다. 가볍게 물어본 이 질문에서 어린이들은 장래 희망과 공부, 그리고 경제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 다음으로, 모든 소원을 들어달라겠다는 욕심 많은 대답과 예쁘고 잘생긴 외모로 바꿔 달라는 대답이 나왔는데, 이는 어른들의 세태가 오염된 듯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게 해 달라거나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대답도 적지 않아, 따듯하고 순수한 동심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학교에 가기 싫을 때는 시험 보는 날(102명), 친구랑 싸웠을 때(51명), 개학날(49명), 숙제를 하지 않았을 때(48명)라고 대답하고 있다. 여기서 공부와 교우 관계가 어린이들의 일상에서 가장 관심거리임을 알려 주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가기 싫다는 어린이도 5명이나 돼, '월요병'이 어른들만 앓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 보였다.

'좋은 짝꿍을 만나면, 학교 생활의 절반은 성공'이라는 말이 있다. 짝꿍이 학교의 절반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은 짝꿍에 대한 기대가 크고 실망도 적지 않다.

짝꿍으로 만나고 싶은 연예인으로는 남자 어린이의 경우, 소녀시대의 유리(27명)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2AM의 조권(22명), 2PM의 택연(11명) 순이었다. 여자 어린이들은 2AM의 조권(23명), 소녀시대의 유리(13명), 카라의 구하라(10명) 등을 좋아했다. 남녀를 더하면 2AM의 조권(45명), 소녀시대의 유리(40명), 카라의 구하라(20명)가 어린이들의 짝꿍 3걸에 들었다.

어린이들의 학교 생활에서 인간 관계 3요소는 자신, 친구, 그리고 선생님이다. 어린이들은 쉽게 화를 내는 선생님(126명)을 가장 싫어했으며, 공부 잘하는 친구만 좋아하는 선생님(58명), 이것저것 참견하는 선생님(47명)도 싫다고 했다. 또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42명)이 숙제를 많이 내 주는 선생님(4명)보다 10배 이상이나 더 싫어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요즘 어린이들은 또 재미있고 활발한 친구(165명)를 인기 짱으로 꼽았다.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친구(60명), 공부 잘하는 친구(33명), 예쁘거나 잘생긴 친구(10명), 맛있는 것을 잘 사 주는 친구(이상 10명)를 인기 순위에 올렸으며, 남자 어린이들 가운데 싸움을 잘하는 친구(5명)를 선망하기도 했다.

'내일 당장 어른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60%에 가까운 170명이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겠다는 의젓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 다음은 △멋진 차림으로 거리 활보(20명) △부모 간섭 없이 밤늦게까지 놀기(17명) △성인 문화 즐기기(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관람, 호프집 출입ㆍ17명)가 올라, 어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막연한 동경이 적지 않음을 보여 준다.이 밖에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에게 효도하겠다거나 결혼을 한다, 운전 면허를 따서 스포츠 카를 운전해 보고 싶다는 애교스런 대답도 나왔다.

훗날 부모가 되면 자녀에게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으로 지금 부모에 대한 의식을 간접으로 들어봤다. 친구나 형제ㆍ자매와 비교하지 않는 부모가 되겠다는 어린이(107명)가 으뜸이었고, 주말마다 가족 나들이를 가는 등 잘 놀아 주는 부모가 되겠다는 응답(104명)이 간발의 차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잔소리 하지 않는 부모(30명), 혼내지 않고 친절한 부모(13명), 본보기가 되는 부모, 맛있는 간식을 잘 챙겨주는 부모, 자녀가 바라는 대로 다 들어주는 부모, 같이 게임하는 부모가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는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는 입장이다. 부모님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숙제ㆍ공부하라'(115명)가 단연 1위의 자리에 우뚝 섰고, 그 뒤를 잔소리(32명), 동생ㆍ친구들과 비교하는 말(28명), '하지 마'ㆍ'그만해' 따위와 같은 금지하는 말(18명)이 이었다.

'나에게 1000만 원이 생긴다면?'이라는 질문에는 저축(129명)ㆍ부모님에게 드린다(58명)는 범생이가 뜻밖에 많았다. 그런 반면에, 최신형 휴대 전화ㆍ게임기 등 전자 기기 산다(56명), 그동안 갖고 싶었던 옷ㆍ가방ㆍ책을 산다(20명)는 실속파도 적지 않았다. 2만 원만 문화 상품권으로 바꿔서 쓴 뒤 저축한다, 또는 안정적인 적금이나 펀드에 넣어 곱으로 불린다, 부모님과 반씩 나눈다는 따위의 색다른 대답도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들은 스스로 고치고 싶은 나쁜 습관(버릇)으로 손가락ㆍ손톱 물어 뜯기(29명), 짜증이나 화내기(27명), 지나친 게임(25명), 비속어 쓰기(24명)를 들었다. 이 밖에 밥 남기기, 빨리 또는 천천히 먹기 등 식습관에 관한 것과 산만하거나 미루기, 불평하는 버릇 등도 스스로 고치고 싶은 습관으로 알고 있다.

어린이날 관련 설문으로 안 물어볼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어린이날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이다. 남녀 어린이 모두 MP3ㆍ아이 패드ㆍ노트북과 같은 최신 전자 기기(55명)를 최고의 선물로 기대하는 중이었다. 내 방, 손으로 쓴 편지, 휴대 전화 정액 요금제 올리기, 친구 집에서 하룻밤 지낼 수 있는 외박권이라는 색다른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이들도 있다.

또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는 놀이 공원(168명), 산ㆍ강ㆍ바다와 같은 야외(45명), 영화관(28명), 해외(10명)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닌텐도 DS를 가진 어린이가 169명, 안 가진 어린이가 131명이었다. 가졌다고 대답한 어린이 중에는 남자 116명, 여자 53명으로 남녀의 차이가 의외로 컸다. 휴대 전화의 경우, 가진 어린이는 전체의 75%인 225명이며 남녀(남 128ㆍ여 97명) 차이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안 가진 어린이는 75명 뿐이었다.

남자 "게임기", 여자 "옷·신발" 최고로 뽑아

'13년 전의 어린이들은 어떤 선물을 받고 싶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의 돈을 빌려와야 할 만큼 나랏살림이 어려웠던 1997년, 남자 어린이들은 게임기, 여자 어린이들은 옷ㆍ신발을 최고의 어린이날 선물로 꼽았다.

이는 그해 소년한국일보의 어린이날 특집을 위한 설문 조사(서울 초등학생 335명, 남 226ㆍ109명)에서 밝혀진 내용(그래프 참조)이다. 이에 따르면, 15년 전 남자 어린이는 어린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게임기에 이어 컴퓨터, 옷ㆍ신발, 자전거, 책 등을 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요즘 남자 어린이는 MP3와 아이 패드ㆍ넷북 등 전자 기기를 으뜸으로 쳤고, 15년 전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성능이 나아졌지만 닌텐도 DS 등 게임기는 2위로 밀려났다. 또 휴대 전화ㆍ애완동물 등 지난날엔 목록에도 없던 것들도 많다.

여자 어린이들의 경우, 1997년 당시에는 옷ㆍ신발에 이어 책, 컴퓨터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에 견주어 지금은 휴대 전화가 가장 많고, 전자 기기, 용돈, 게임기와 옷ㆍ신발이 뒤를 이었다.

1997년과 2010년을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점은 오늘날의 남녀 어린이 모두에서 받고 싶은 선물 5위 안에 책이 빠졌다는 것이다. 또 요즘은 성별에 따라 받고 싶은 선물의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