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하 교수의 만화 읽기] 악당 요미의 세계 정복 음모를 막아라!

박인하(청강문화산업대 교수ㆍ만화 평론가)
커다란 로봇, 초능력자, 외계인, 그리고 세계 정복. 소년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모든 요소가 들어 있는 만화가 바로 요코야마 미쯔데루의 '바벨 2세' 시리즈(AK커뮤니케이션즈 발행)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77년, 필자는 같은 반 동무네 집에 가서 이 만화를 처음 만났다. 당시 외국 만화들은 원작자를 숨긴 채, 한국 만화인 것처럼 만들어졌다. 1980년대까지 이처럼 많은 외국 문화가 마치 우리 것처럼 소개되었다.

평범한 소년이 매일 밤 바벨탑에 대한 꿈을 꾼다. 선생님은 높디 높은 탑에 대한 꿈을 매일 꾼다는 소년의 얘길 듣고는, 그건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이라고 말해 준다. 주인공은 점점 더 이상해진다. 엄마, 아빠에게 누군가 멀리서 날 데리러 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진짜 커다란 괴조가 도시에 나타나 유리창을 부수고 주인공을 데리고 떠난다. 이렇게 시작된 주인공의 모험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 번 만화를 잡으면 멈출 수 없었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1970년대의 소년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재미있는 공상 과학(SF) 만화가 '바벨 2세'다.

과학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그려 내는 이야기를 SF라고 부른다. 중요한 건, 이야기라는 점이다. 과학을 설명하지만 'WHY 시리즈'같은 만화는 SF가 아니다.

기술에 대한 설명은 세월이 지나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SF는 세월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다. 컴퓨터에 대한 기술을 설명한 만화가 있다고 치자. 만약 만화 '바벨 2세'가 처음 연재되었을 무렵인 1970년대에 컴퓨터 만화가 나왔고, 이를 40년이 지난 오늘 본다면 그 만화에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터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SF라면 40년 아니라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재미있다. SF의 창시자라고 평가 받는 프랑스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는 186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140년도 훌쩍 더 지난 옛날 소설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바벨 2세'도 마찬가지다. 이 만화는 1971년부터 1973년까지 일본 만화 잡지에 연재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기에 소개됐다. 그 이후 여러 차례 번역되었지만, 모두 불법 번역이었다. 1970~80년대 제일 유명한 SF 만화지만, 공식적으로 번역된 것은 2007년이 처음이다.

40여 년이 흐른 옛날 SF만화임에도, 두꺼운 8권짜리 시리즈를 단숨에 읽을 만큼 재미있다. 물론 옛날 만화라서 연출이 예스럽기는 하다. 바벨탑 안에 가득한 컴퓨터는 망가지면 필름을 뱉어 낸다. 그게 뭐야 하겠지만, 초기 컴퓨터는 필름을 저장 장치로 활용했기 때문에 그 시절 상상한 컴퓨터 모습이 그대로 만화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런 게 큰 흠이 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손에 땀을 쥐는 바벨 2세와 요미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지구보다 훨씬 과학이 발달한 행성의 주인이자, 여러 혹성들을 조사하던 바벨 1세는 우주선이 고장을 일으켜 지구에 불시착하고 만다.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왕에게 접근해 우주에 구조 신호를 보내기 위해 거대한 바벨탑을 건설하는데, 지구인들의 실수로 일순간에 탑이 무너져 버리고 만다.

결국 그는 지구인 여자와 결혼도 하고, 지구에 정착하지만 자기가 타고 온 우주선의 설비를 누군가가 사용하면 지구를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결국 후손 중에서 자신과 가장 똑같은 체질을 가진 자손을 2세로 인정하여 그를 찾아내 바벨탑의 모든 기술과 충실한 세 부하를 남겨 주었다.

일본에서 바벨 1세의 신호를 받고 바벨탑으로 와 주인이 된 바벨 2세 소년. 하지만 그 전에 바벨탑에 왔던 이가 있으니, 그는 세계를 정복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는 요미다. 세계를 자기 손 안에 넣으려는 요미와 그의 음모를 막으려는 바벨 2세의 대결이 펼쳐진다. 저 먼 우주에서 온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문명을 가진 존재, 신비로운 바벨탑의 힘, 초능력, 거대한 로봇, 개조 인간,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까지. 흥미진진한 여러 요소들이 펼쳐지는 SF의 걸작이 '바벨 2세'다.

△만화를 읽은 뒤의 활동
① 내 주변에서, 혹은 내가 읽은 SF 작품의 목록을 만들어 보자.

② 내가 만든 SF 목록을 보고 작품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가를 정리해 보자.

③ 바벨탑처럼 내가 아는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공상 과학 소설(영화)을 구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