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 폴짝 곤충 나라] 고추좀잠자리

안홍균(서울숲공원 곤충연구실 실장)
한 입 배어 물면 입 안에 싸한 기운이 퍼져 나갈 것만 같아요.

새빨갛게 익은 고추랑 똑같이 생긴 고추잠자리 얘기예요. 고추잠자리를 모르는 어린이는 없겠지요? 가을이 되어 더욱 높고 파란 하늘을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를 보면 마치 빨간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어린이들이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고추잠자리의 정확한 이름은 고추좀잠자리입니다. 한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늦은 가을까지 만날 수 있지요.

고추잠자리와 고추좀잠자리의 차이점이 뭐냐고요? 꼬리뿐 아니라 몸통 전체가 빨간색을 띈 고추잠자리는 가을보다는 늦은 봄부터 한여름까지 볼 수 있어요. 또 연못이나 호수 주변에 살아 도심에서 쉽게 보기도 힘들지요.

그 반면에 고추좀잠자리는 수컷의 꼬리만 빨갛답니다. 암컷은 갈색의 꼬리를 지녔어요. 그래서 지방에 따라 고추좀잠자리의 암컷을 된장잠자리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고추좀잠자리는 주로 늦은 봄에 태어납니다. 서늘한 날씨를 좋아해서 여름에는 높은 산지로 올라가 무더위를 피하며 성숙 기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더위가 물러나면 낮은 곳으로 내려와 짝짓기와 알을 낳을 준비를 하지요.

여름까지는 보이지 않던 고추좀잠자리가 가을만 되면 귀신 같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오늘 하굣길에 고추좀잠자리를 만나면 '고추잠자리'란 잘못된 이름 대신 제 이름을 불러 반갑게 인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