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가져가" 선생님 잔소리도 노랫말이 되지요

문일요 기자 moon5w1h@snhk.co.kr
'우유 가져가 좀 / 우유 마셔라 좀 / 우유갑 던지지 말고 / 잘 포개 넣어 좀'

초등학생이라면 학교에서 한 번 쯤 들어봤을 선생님의 잔소리. 이 듣기 싫은 참견이 흥겨운 노래로 만들어 졌다. 지난 9일 발매된 '수요일 밴드'의 신곡 '우유 가져가'다. 수요일 밴드는 경남 함안군 칠서초등학교의 박대현(34)ㆍ이가현(28) 선생님으로 구성된 교사 밴드다. '수밴'을 만나 노래로 풀어내는 학교 이야기를 들어 봤다.

△"노래가 취미예요? 그럼 우리 밴드해요!"

수요일 밴드는 지난 2013년 결성됐다. 이가현 선생님이 근무하던 칠서초등학교로 박대현 선생님이 전근을 오면서다. 밴드 이름은 수업이 한 시간 적은 수요일마다 모여 연습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두 선생님이 직접 작사ㆍ작곡한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초등학교 교실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선생님들끼리 각자의 취미를 물어 보다가 제가 노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박 선생님께서 대뜸 가수를 시켜 주겠다는 거예요."

이 선생님이 웃으며 밴드 결성 계기를 들려줬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두 교사는 열심히 활동했다. 매주 수요일 곡 작업과 연습에 매달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30여 곡 중 8곡이 디지털 앨범으로 발표됐다. 나머지 노래는 밴드의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다.

녹음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텅 빈 교실에서 한다. 교실이 노랫말의 원천이자 작업실인 셈. 작사ㆍ작곡은 물론 연주ㆍ편곡ㆍ홍보까지 두 선생님이 해낸다. 수요일 밴드는 소극장이나 카페에서 공연을 하고 교사들의 연수나 모임에도 초대된다. 오는 12월에는 아카펠라 그룹 '별의별'과 함께 서울ㆍ춘천ㆍ창원 세 지역에서 기획 공연을 준비 중이다.

△"교사가 흔히 하는 잔소리를 노래로 담았죠."

이번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은 벌써 여섯 번째 앨범이다. 타이틀 곡인 '우유 가져가'는 실제로 선생님들이 자주하는 잔소리가 소재다. 그만큼 요즘 아이들은 급식 우유를 잘 안 먹으려 한다고. 이 선생님은 "하루걸러 한 번은 꼭 우유 가져가라는 소리를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때마다 사제 간의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우유 가져가 좀."

"선생님, 제티(초코 분말) 타 먹으면 안 돼요?"

"안 돼."

"옆 반은 된다는데 왜 안 돼요?"

이런 교실 안 일상적인 대화는 그대로 노래 가사가 됐다.

이번 앨범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처음으로 앨범 커버에 어린이들의 미술 작품을 실은 것. '제1회 앨범 커버 공모전'을 통해 뽑힌 아이들의 일곱 작품을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홍이슬(칠서초등 6) 양의 그림(사진)이 이번 앨범의 '얼굴'이 됐다. 아이디어를 낸 박 선생님은 "아이들이 앨범 제작에 참여하는 걸 재밌어 하고 또 결과물이 나오면 뿌듯해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선생님 따라 작사ㆍ작곡 척척

칠서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모두 음악가들이다. 음악 노트에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가사로 쓰고 허밍(입을 다물고 콧소리로 소리 내는 창법)으로 멜로디를 입힌다. 그리고 박대현 선생님이 기타 코드를 붙여 주면, 자신의 노래를 우쿨렐레(4개의 줄이 달린 현악기)로 연주하며 노래한다. 박 선생님이 음악 수업을 하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아이들에게 자기가 만든 멜로디가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 작사ㆍ작곡을 시켰는데, 곧잘 노래를 만들어 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올해는 그동안 아이들이 만든 곡으로 앨범을 낼 계획이다. 학예회에서 부르던 노래들이 정식 앨범으로 재탄생하는 것. 이가연 선생님은 "음악을 듣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수요일 밴드 활동을 시작한 것에 보람을 느껴요."라고 했다. 박대현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고 싶고, 또 그런 노래를 계속 쓰고 싶어요."라며 인터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