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이 읽어요] "도루 묵어라고 해라… 설화 주인공은 태조 이성계"

/박민영 기자 parkmy@snhk.co.kr
속초와 삼척 등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생선인 도루묵(사진). 생김새는 볼품 없게 생겼지만, 고소한 알이 가득하고 살 또한 부드러워 겨울철 별미로 대접 받고 있지요.

도루묵은 이름과 관련해 재미난 설화를 갖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인조(1623~1649) 임금과 관련된 것이예요. 인조는 병자호란 때 피란길에 올랐어요. 그 도중에‘묵어’(혹은 목어ㆍ도루묵의 원래 이름)를 드셨는데, 그 맛이 워낙 좋아 이름을 ‘은어’라고 불렀대요. 하지만 전란이 끝난 뒤 이 생선을 다시 먹은 임금은 맛이 예전만 못하자 실망한 나머지 “도로 묵어라고 해라.”고 명령했고, 결국 ‘도루묵’으로 불렸다고 해요. 이 설화에 등장하는 임금이 인조가 아닌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1567~1608)라는 설도 있지요.

그런데 최근 도루묵이란 이름을 처음으로 부른 주인공이 우리가 익히 아는 선조나 인조가 아닌 태조 이성계라는 주장이 나와 화제예요. 지난 달 30일 김양섭 전북대 무형 문화 연구소 연구원이 도루묵 설화의 주인공이 이성계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한 것이지요.

김 연구원에 따르면 도루묵은 원래 ‘목어’ 혹은 ‘은어’라고 불렸어요. 중종(1506~1544) 때 나온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이보다 앞서 1454년 간행된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도루묵이 목어가 아닌 은어로 기록돼 있어요. 즉, 선조나 인조 때보다 앞선 시대에 이미 도루묵을 은어라고 불렀으니, 두 임금이 묵어(혹은 목어)를 은어로 개명했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태조 임금은 1398년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함흥으로 갔다가 1401년 한성(서울)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런데 함흥은 도루묵이 많이 생산되고 함경도 안에서 유일하게 도루묵을 은어라고 불렀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