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 선비] 물에 빠진 사람에게 흥정을 한 남자
예전에 내가 삼밭나루에서 꽁꽁 얼어붙은 강을 건넌 적이 있었어.

그때 어떤 사람이 소 등에 곡식을 바리바리 싣고 가는 걸 보았지.

소가 얼음 위에서 뒤뚱거리자 소 주인은 고삐를 잡고 갈팡질팡하면서 겨우겨우 소를 몰더구나.

그런데 소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빠지직 우지직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나지 뭐야!

당황한 소 주인이 소에게 마구 호통을 쳤단다.

“워 ― 워! 아이쿠. 어이쿠, 워 ― 워!”

소는 얼음판 위에서 자꾸 발이 미끄러지자 뜨거운 입김을 내쉬며 울어댔지.

“음매, 음매― !”

소와 주인, 둘 다 금방이라도 얼음물에 빠질 것처럼 위태로웠어.

그때 강둑에 서 있던 사람이 소 주인에게 소리쳐 물었단다.

“이보시오, 강을 건너게 도와주면 내게 돈을 주겠소?”

얼음 위에서 위태롭게 소를 몰던 소 주인은 얼른 그러겠다고 했지.

그러자 도와주겠다던 사람이 소 주인에게 다시 큰 소리로 묻더구나.

“얼음 위를 무사히 건너게 해 주면, 그 대가로 나에게 얼마를 주겠소?”

이렇게 강둑에 있는 사람이 소 주인에게 묻고 또 묻는 사이 얼음이 빠지직 깨지면서 곡식을 잔뜩 실은 소는 차가운 얼음물 속에 풍덩 빠지고 말았단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가엾게 여겨 도움을 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란다.

사람이면 누구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잇속을 따지려고 하면, 본래 가진 착한 마음이 발휘되지 못한단다. 그러니 항상 조심하려무나.

/자료 제공=‘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 선비’(엄윤숙 글ㆍ장형선 그림ㆍ한국고전번역원)


[생각 더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마음이지요. 그런데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마음에 욕심이 쌓이면, 이 착한

마음이 점차 사라집니다. 강을 안전하게 건너게 해 주면 얼마를 주겠냐고 흥정하던 사람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자마자 도우려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따졌습니다.

본래 착한 마음이 사라져서 곤경에 처한 사람을 가엾게 여기지 않게 된 것이지요. 마음에 욕심이 가득 차 있으면 정작 중요한 것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고 맙니다. 욕심을 버려야 본래 가지고 있던 착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이덕무 선생님은 겨울 얼음판에서 측은지심이 사라진 사람을 보고, 마음에 욕심이 들어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우기 위해 이 일을 글로 써서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