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 선비] 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선비
풍채가 좋고 훤칠하게 생긴 어떤 남자가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어.

“너는 욕심을 버려라.”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아서 공손히 대답했지.

“제가 어찌 감히 그 말씀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그 남자가 또 말했어.

“너는 화내는 버릇을 버려라.”

“너는 시기심을 버려라.”

“너는 자만심을 버려라.”

“너는 조급함을 버려라.”

“너는 게으름을 버려라.”

“너는 유명해지려는 욕심을 버려라.” 하는 말마다 모두 맞는 말이어서 공손히 대답했어.

“제가 어찌 감히 그 말씀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남자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더구나.

“너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려라.” 나는 깜짝 놀라 한참 동안 생각한 뒤에 대답했지.

“저는 그 말씀은 결코 따를 수 없습니다. 제가 책이 아니면, 무엇을 좋아하겠습니까? 왜 저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리시려는 겁니까?” 그러자 남자가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드리며 말했어.

“하하, 내 잠시 너를 시험해 보았을 뿐이다.”

[생각 더하기]

이 글에 나오는 풍채 좋고 훤칠한 남자는 바로 이덕무 선생님 자신입니다. 질문과 대답 모두 이덕무 선생님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지요. 두 사람의 대화는 평소 자신의 단점이나 잘못된 습관을 하나하나 반성해서 고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라 하겠습니다.

청장관 이덕무 선생님은 자신에게 있는 잘못된 마음을 점검해 나갑니다. 그리고 욕심, 시기심, 조급함, 게으름 등을 버리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습니다. 버리고 비우는 이유는 올바른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버릴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이덕무 선생님은 자신을 ‘책만 보는 바보’라고 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책에 너무 빠지는 것도 단점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은, 행복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버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실제로 평생을 책과 함께 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