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 찾기] 왕실 기록의 꽃, 의궤
영조의 결혼식에 우리도 가 볼까?
화려한 행렬, 왕실의 결혼식

붉은색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끝도 없이 줄을 지어 가고 있어. 행렬 가장 앞에는 말을 탄 무사들이 가고 있구나. 그 뒤로는 노란색 깃발이 펄럭이고 있어. 상상 속의 동물인 교룡이 그려진 깃발이야.

오늘은 1759년 6월 22일, 조선의 21대 왕 영조가 두 번째로 결혼식을 하는 날이지. 앞쪽에서 무사들이 호위하고 가운데는 악기를 든 악사들이 따르고 있어. 양쪽에는 깃발을 든 무리들이 줄을 지어 서 있지. 깃발을 의장이라고 하는데 하늘, 해, 달, 산천, 동물들 그림이 그려져 있어. 또 한 무리들은 창이나 칼, 도끼 같은 힘을 상징하는 무기를 들고 있지. 신선들이 썼다는 부채나 양산을 들고 가는 사람들도 보여. 이 그림은 영조와 정순 왕후의 결혼식 장면을 생생하게 기록한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반차도 가운데 왕의 행차 부분이란다. 아직 왕이 나타난 건 아니야. 부련이라는 빈 가마를 진짜 왕의 가마보다 먼저 내보낸 거야. 왕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지.

<사진 설명>

영조와 정순 왕후의 결혼식 반차도 가운데 왕의 행차 부분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에 실려 있어. 반차도는 모두 50쪽에 걸쳐 그렸어. 한 면은 세로 45.8센티미터에 가로 33센티미터야. 그러니까 전체 길이는 1650센티미터나 돼.

왕실의 결혼식 행차를 더 따라가 볼까?

왼쪽 그림은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야. 왕이 별궁에서 왕비 수업을 받고 있는 왕비를 맞이하러 가는 거야. 이를‘친영’이라고 해. 가마 문을 활짝 열어 놓았어. 가까이 있다면 왕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겠지.

이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 옷차림은 앞의 것보다 조금 더 다양하지? 모두 신분에 따라 다르게 입었거든. 말 색깔도 여러 가지야. 흰말도 보이고 까만 말, 갈색 말도 보여. 말은 주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타지만 내시와 여인들이 타기도 했어. 여인들은 궁중에서 일하는 궁녀들인데 바느질을 하는 낮은 신분의 여성들도 결혼식에 참석했단다. 왕이나 왕비가 입는 예복을 짓는 궁녀들이겠지.

<사진 설명>

왕의 가마 부분

1759년 6월 22일 영조가 가마를 타고 별궁에 가 왕비 수업을 받고 있는 신부를 궁으로 데려오는 ‘친영 의식’장면이야.

예행연습을 위한 기록과 반차도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는 규장각에 있는 조선 시대 왕실의 결혼을 기록한 의궤 가운데서 가장 꼼꼼한 기록일 거야. 신부를 고르는 일부터 어떤 과정으로 결혼식을 준비했는지, 신랑 신부가 입은 옷은 물론 결혼식 때 관리들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반차도를 그린 화원들 이름까지 기록해 놓았단다.

그렇다면 이 그림들은 행사를 치른 날에 그렸을까?《 영조정순후가례도감의궤》에 그려진 반차도의 경우, 친영일은 6월 22일이었지만 6월 14일에 완성해서 왕에게 바쳤다고 해. 행사 전에 미리 그린 그림으로 연습을 하는 거지. 누가 어디에 서는지 인원과 물품을 세세하게 그려서 확인하고 행사 때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단다.

영조는 결혼식 장면을 그린 반차도를 미리 받아들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타고 갈 가마 자리를 확인하면서 결혼식 장면을 상상했겠지? 지금 우리가 그림을 보면서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야.

/자료 제공=‘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찾기’(신병주 저ㆍ이혜숙 글ㆍ책과함께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