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보복' 에 등돌린 한국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송남희 기자
한국과 일본의 무역 줄다리기 싸움이 점점 더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 지난 4일 일본이 ‘반도체’관련 3개 품목의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자, 우리 정부가 9일(현지 시간) 일본의 경제 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 긴급 안건으로 올리면서 맞불을 놓은 것. 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를 풀어보도록 하자.



△일본, 반도체 품목 한국 수출 금지

이번 한일간 다툼은 이달 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한국과 협의 없이 TV와 스마트폰 액정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부품인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 수소(에칭 가스) 등 3가지 반도체 핵심 품목을 포괄적 수출허가 대상에서 개별 수출허가 대상으로 바꾼 것. 쉽게 말해 일본 기업이 이 품목들을 한국에 팔 때(수출)는 사용 목적과 방법을 적은 서류, 무기용으로 쓰지 않겠다는 서약을 정부에 내도록 정한 것이다. 문제는 수출 허가 및 승인 절차가 90일 정도 걸린다는 점. 수입 차질이 계속될 경우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2~3개월 뒤 주요 제품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다. 특히 일본산 포토 레지스터에 전량 의존하는 삼성전자의 극자외선 반도체 생산라인 등 일부 공장은 더 빨리 멈출 수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이른다. 말하자면 반도체를 수출이 멈춰지면 우리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유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부른 두 나라간 악화의 씨앗은 7년 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징용 피해자의 개별 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일본의 전쟁범죄(전범) 기업은 한인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

이에 대해 일본은 “1965년 6월 22일 도쿄에서의 한일 협정을 통해 두 나라간 합의가 끝난 부분에 다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더욱이 국가 간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외교 문제에 사법부가 행정부 의견에 상반되는 의견을 내린 것도 일본의 화를 불러왔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은 규제에 나선 이들 재료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가 무기로 사용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일 두 나라간 대응책은?

한국은 WTO 상품 무역 이사회에서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를 비판하며 WTO 자유 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경제 보복이라는 점을 다른 회원국에 설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가 한국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도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줄 수 있고, 자유무역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점도 회원국들에 설명했다.

오는 23~24일 예정된 WTO 일반 의사회에서도 일본 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다시금 국제사회에 설명할 계획이다.

한 발 더 나아가 WTO에 소송을 내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WTO 분쟁에 적용되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ㆍ1994) 제11조는 특별한 상황을 빼고는 수출 및 수입 때 수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더 강경하다. 18일까지 한국이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응하지 않으면 더 큰 보복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또 한국을 무역에서 우대 조치를 해주는 ‘화이트’국가에서 빼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27개 ‘화이트’국가는 27곳이며, 아시아에서는 호주와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다.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아르헨티나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 안목을 갖고 두 나라가 협상하지 않으면 사태는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