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이 대세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이현순 기자
매운맛이 올 여름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마라’와 라면으로 시작된 매운맛 열풍이 과자로까지 번졌다. 어린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왜 매운맛에 끌리는 걸까? 매운 음식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지만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매운맛의 진실을 파헤쳐본다.

▲ 매운맛은 맛일까? “고추 먹고 ‘맴맴’달래 먹고 ‘맴맴’”. 매운 고추나 달래를 먹고 매워서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 행동을 이를때 쓰는 말이다. 매운맛은 그러나 미각이 아니라 통각(통증)이다. 사람이 혀로 느끼는 5가지 미각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이다. 영양학사전에서도 ‘매운맛’은 ‘통각을 느낄 정도의 자극성이 있는 맛’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생리학적으로 매운맛은 뇌에 통증으로 인지된다. 뇌에서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잠깐동안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매운맛 정도는 어떻게 재나?매운맛이라고 다 같은 매운맛이 아니다. 매운맛의 대명사는 ‘캡사이신(capsaicin)’. 고추도 매운 정도를‘캡사이신’함량에 따라 구분해 표시한다. 주로 고추씨가 붙어있는 하얀 부분(태좌)에 함유돼 있으며, 익을수록 얼얼한 맛이 짙어진다. 캡사이신 농도를 매움의 단위로 계량화한 것이 ‘스코빌 지수’다. 1912년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정의했다. 캡사이신이 들어있지 않은 피망의 스코빌 지수는 0 SHU, 청양고추는 4000~1만 SHU, 멕시코의 할라피뇨는 2500~1만 정도다. 2013년 기네스북에 오른 ‘캐롤라이나 리퍼’는 청양고추보다 200배 이상 맵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라면 중에서는 한정판으로 나온 ‘핵불닭볶음면 미니’가 1만 2000 SHU로 ‘국내에서 가장 매운 라면’으로 등재됐다. 너무 맵기 때문에 면의 분량도 적어 일반 라면의 2/3 정도다. 이어 핵불닭볶음면(1만 SHU), 팔도 틈새라면 빨계떡(9413 SHU)이 2, 3위다. 한편, 마늘과 양파의 알싸한 매운맛은 ‘알리신’, 후추의 매운맛은 ‘피페린’성분 때문이다.

▲ 마라는 무엇? 마라는 ‘대륙의 맛’으로 불린다. 중국 쓰촨(사천) 지방의 전통 향신료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혀가 마비될 정도의 얼얼한 맛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마라는 한자로 ‘저릴 마(痲)’와‘매울 랄(辣)’자를 쓴다. 고추의 캡사이신이 얼큰하다면, 마라는 자극적이고 알싸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이 마라를 향신료로 쓴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라가 들어간 탕 요리인 마라탕, 각종 재료를 마라 소스에 볶아 만든 마라상궈, 마라소스에 민물 가재를 볶아 만든 ‘마라룽샤’다.

▲ 매운 과자는?올 여름에 나온 매운 과자는 제품 앞뒤로 ‘땡초’와‘청양’, ‘마라’라는 말이 포함돼 있다. ‘땡초간장소스맛 포카칩’, ‘감자엔 소스닷 청양데리야끼 소스맛’, ‘도리토스 마라맛’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해 나온 과자로는 ‘태양의 맛 썬’,‘감자엔 소스닷’이 많이 팔렸다. 이런 가운데 ‘청양고추맛 꽃게랑’,‘못말리는 신짱 매운맛’, ‘빠새 마라’, ‘신당동떡볶이 마라’등도 매운맛 열풍에 합류했다.

▲ 매운 것 먹으면 괜찮을까? 매운맛을 즐겨 찾는 이유는 ‘개운하다’거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복통이나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위장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미국 등 공동연구팀은 고추를 꾸준히 많이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2배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상은 지난 15년간 중국 건강 및 영양 조사에 참여한 55세 이상 중국인 4582명이었다. 다만, 적은 양의 캡사이신 섭취는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입안의 고통을 줄이고 싶다면?매운 떡볶이를 먹으면 입안이 얼얼하고 콧물이 흐른다. 대개는 물부터 마시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뿐. 이때 우유를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유에 함유된 지방이 캡사이신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어서다. 따뜻한 밥 한 숟갈이나 빵을 잠시 입에 머금고 있다가 씹어 삼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뉴멕시코 주립대학의 칠리 페퍼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쌀이나 빵, 감자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캡사이신을 흡수해 매운맛을 덜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