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이동의 비밀…'비행에도 전략이 있다?'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이경진 기자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제361호) 두 마리가 한반도 서남해안에서 먹이를 취한 뒤 평균 시속 50㎞로 날아 1박 2일만에 겨울나기 장소인 대만과 필리핀으로 각각 이동했다는 사실을 최근 공개했다. 노랑부리백로의 정확한 이동 경로와 속도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립축산식품부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겨울 철새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10월 기준)보다 34% 늘어난 61만 1000수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기록된 전체 조류 527종 중 약 90%가 철새다. 올해도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위험이 있지만 하늘을 수놓는 새들의 군무는 장관이다. 새들은 왜 이동할까? 철새 이동의 비밀과 전국의 유명 철새 도래지, 최고의 비행사 철새 등을 묶었다.

△철새는?

새는 ‘철새’와 ‘텃새’로 나뉜다. 텃새는 1년 내내 자기 집을 떠나지 않는 새다. 즉 한자리에서 머물며 먹고 자고, 번식도 한다. 올빼미와 딱따구리류가 대표적이다. 반면, 철새는 알을 낳거나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가 풍부한 곳을 찾아 떠돌아다닌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을 나는 철새는 여름 철새, 겨울을 나는 철새는 겨울 철새라고 한다.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곳을 ‘월동지’, 알을 낳아 기르는 고향을 ‘번식지’라고 한다.

△수천 ㎞를 쉬지 않고 비행하는 힘은?

철새는 이동을 앞두고 몸무게를 빠르게 늘린다. 이를 위해 엄청난 양의 먹이를 계속해서 먹으며 지방을 축적한다. 창자와 간 역시 키운다. 철새들이 쉬지 않고 비행하는 힘은 독특한 호흡법에도 있다. 허파에는 ‘기낭’이라는 공기주머니가 연결돼 있다. 철새는 들이마신 공기를 이곳에 저장했다가 숨을 내뿜기 전 다시 허파로 돌려보낸다. 그래서 산소가 부족한 하늘 위에서도 오랜 시간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철새 V자 대형 이동 비밀은?

철새의 비행에는 놀라운 전략이 숨겨져 있다. ‘V자 대형’비행이다. 힘이 가장 많이 드는 앞자리를 한 마리가 계속 이끄는 게 아니라 교대로 하는 방식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는 공기역학과 관계된 것으로, 선두의 새가 힘찬 날갯짓을 통해 상승기류를 만들면 뒤따라오는 새들이 이 흐름을 타고 편한 비행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따오기(붉은따오기)는 평균적으로 비행 시간의 32%가량 다른 새의 뒤를 따른다. 더 놀라운 점은 각각의 철새가 맨 앞으로 나서는 시간이 동료의 도움을 받는 시간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철새 중 최고의 비행사는?

전 세계에서 매년 이동하는 철새의 수는 약 500억 마리에 이른다. 하지만 철새라고 다 같은 철새가 아니다.

극제비갈매기는 1년에 지구 한 바퀴(4만 ㎞)를 돈다. 북극이 여름일 때 그곳에서 새끼를 키우다가 겨울이 다가오면 남극으로 날아가기 때문. 큰뒷부리도요는 철새 중 가장 저돌적이다. 일주일에 1만 ㎞ 이상을 비행한다.

붉은목벌새는 몸무게가 4g에 그친다. 하지만 매년 미국 동부에서 멕시코까지 날아간다. 20시간 한 번도 쉬지 않고 1000여 ㎞를 비행하는 것이다. 뤼펠독수리는 1만 1300m 높이까지 날아오르며, 유럽깍도요는 2일간 4500㎞를 난다. 큰고니는 레이더로 촬영한 결과 시속 180㎞로 8000m 상공을 나는 것이 확인됐다.

△유명 철새 도래지는?

창원 주남저수지 일대에서는 최근 천연기념물인 겨울 철새 재두루미가 관찰됐다. 세계적으로 6000여 마리에 불과한 재두루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이 중 400~500마리가 매년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전남 순천만의 명물은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 지난해 2502마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났다.

서산 천수만에서는 큰기러기와 청둥오리, 가창오리, 노랑부리저어새 등 12만여 마리가 겨울을 보낸다.

부산 사하구의 을숙도는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철새가 외부에서 날아와 머무는 곳)로 불렸다. 을숙도란 이름도 ‘새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뜻을 지닌다. 전남 해남의 고천암과 군산의 금강하구언, 창녕 우포늪, 강원도 철원, 유보도 갯벌습지, 순천만에도 겨울 철새가 많이 찾는다.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 조류생태관 일원에서는 22~24일 ‘서천철새여행’이 펼쳐진다. 철새와 저서생물을 보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30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는 철새 탐조 투어가 마련된다.

낙동강 하구에서도 16일 백조(큰고니와 고니) 등 겨울 철새 탐조 행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