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총리 '스가 요시히데'는 누구?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이경진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72)이 오늘(16일) 임시국회에서 제99대 총리로 정식 선출된다. 8년 가까이 이어져 온 ‘아베 신조 시대’가 막을 내리고 스가 내각을 발족하는 것. 아베의 ‘입’에서 ‘계승자’로 등극한 스가에 대해 알아본다. “안중근은 범죄자”라고 한 스가의 역사관과 앞으로의 한일 관계도 전망해본다.

△스가, 오늘 일본 총리 된다.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은 14일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다음 총재로 뽑았다. 이 당의 국회의원 394명 등 535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스가는 70%의 표를 얻었다. 스가에 맞서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후보로 나섰다. 총리 지명 선거는 16일 임시국회에서 실시된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의회의 과반수를 넘어 스가 총리 선출은 확정적이다. 2012년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취임한 뒤 7년 8개월여 만에 일본 총리가 교체된다.

관방장관은 총리 부재시 위기관리를 책임지는 자리로 ‘내각의 2인자’, ‘총리의 부인’으로 불린다. 각 성청(중앙행정기관)을 가로지르며 주요 정책을 총괄 및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집안ㆍ학벌ㆍ파벌이 없는 ‘3무 정치인’
스가가 조직과 지명도, 돈 없이 정권 서열 1위인 총리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한 편의‘성공 신화’라 할 만하다. 그는 1948년 아키타현 딸기 농장의 큰아들로 태어났다. 누나 2명, 남동생 1명이 있다. 스가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가업을 이으라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도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후 식당과 박스 공장에서 일하는 틈틈이 공부하는 ‘주경야독’생활을 하며 호세이대 야간 법학부(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의원 비서관, 요코하마 시의원을 거쳐 48세에 중의원 선거에 당선돼 중앙 정치에 발을 디뎠다. 2012년 아베 집권 후 8년간 우직학 성실하게 관방장관직을 수행해왔다. 이는 역대 최장수 기록이다. 이러한 독특한 이력 때문에 일본의 ‘밑바닥 정서’에 밝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가가 정치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정치 이벤트를 통해서다. 나루히토 일왕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가 쓰인 액자를 들어올리며 새 연호를 발표해 ‘레이와 오지상(레이와 아저씨)’으로 불리며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사인을 요청하는 일본인이 생겨난 것은 이때부터였다. 그는 부인과 세 아들을 두고 있으며, 매일 40분씩 산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좌우명은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이다.

△스가가 열어갈 일본과 한일 관계는?

아베 신조는 한국과의 관계를 1945년 광복 이후 가장 나쁜 상태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가 정권은 큰 틀에서 궤양성 대장염으로 사임한 아베의 방향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스가는 최근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라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책에 대해선 원칙주의자임을 드러낸 셈이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와 관련해서는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를 최상의 상태로 올려놓았다.”고 평가할 만큼 믿음이 상당하다. 내년 7월로 늦춰진 도쿄 올림픽 개최도 그의 몫이다.

그는 북한과의 문제에서는 무척 강경하다. 한국에 대한 생각도 다르지 않다. 2013년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저격한 안중근(1879~1910) 의사의 표지석을 세우려 하자 안 의사를 “범죄자”라 부르기도 했다. 이듬해 중국에서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하자 “테러리스트”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스가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아베 총재의 남은 임기인 내년 9월까지다. 원칙적으로 내년 9월에 다시 총재 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스가는 이전에 국회를 해산할 가능성이 있다. 총선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두면 스가가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릴 수 있어서다.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줄곧 의원 내각제(내각 책임제)를 유지해왔다. 대통령제와 달리 행정부인 내각이 의회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부 형태다. 집권당의 대표가 중의원(일본의 국회를 구성하는 양원 중 하나로 하원에 해당)에서 과반의 동의를 얻어 총리직에 오른다.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전체 465석 중 285석을 차지하고 있어 자민당 총재가 곧 총리의 자리에 오른다. 내각의 우두머리는 총리지만 국가 원수는 아니다. 일본은 왕이 국가 원수이다. 2019년부터 나루히토가 일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왕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호칭은 ‘천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