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흰눈과 빨간 산수유 열매
흰 눈과 빨간 산수유 열매

하청호

눈 내린 날 아침

하얀 눈은 빨간 산수유 열매에서

제일 먼저 녹는다.

눈으로 뒤덮인 들과 산

배고픈 산새들이

하늘에서 재빨리

산수유 열매를 찾을 수 있게

제일 먼저 녹는다.

하얀 눈이 내려 덮인 빨간 산수유 열매! 생각만 해도 하얀 색과 빨간 색의 대비가 눈에 보일 듯 아름다워요. 하지만 시인은 그것보다도 더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고 있어요. 무엇일까요? 그것은 빨간 산수유 열매에 내려 쌓인 하얀 눈이 제일 먼저 녹는 이유를 찾아낸 것이어요. 눈이 내려 쌓이자 먹이를 찾을 수 없어 배를 곯게 된 산새들! 그 산새들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으로 바라본 시인의 눈이 참 따듯하게 느껴져요. 이것이 동심이고 시를 쓰게 하는 힘이 아닐까요.

무심코 지나쳐버리고 말지도 모를 한 겨울의 풍경 속에서 배고픈 산새와 산새를 위해 가장 먼저 녹는 눈을 찾아낸 시인의 눈이 있기에 올해 겨울도 마냥 춥지만은 않겠지요.(전병호/ 시인ㆍ아동문학가)

<하청호 시인은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어요. 동시집 ‘나에게 우체국 하나 있네’, ‘잡초 뽑기’, ‘무릎 학교’ 등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