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도 축하 노래도 기념 사진도…"담아 낼 추억이 줄어 속상해요"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이경진 기자
“졸업식장에서라도 정다운 친구를 만나고 싶었는데…”. 13일 서울 우솔초등학교 제8회 졸업식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우려로 졸업생 없이 졸업식을 가진 것. 코로나 사태로 학생과 학부모 없이 강당에 모여 졸업 축하 행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의 흥겨운 졸업식 풍경은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코로나가 바꿔 놓은 초등학교 졸업식 풍경을 담았다.

△졸업생만 참여하는‘교실 졸업식’에 ‘찾아가는 졸업식’도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졸업식 풍경이 변했다. 예년처럼 삼삼오오 강당이나 운동장에 모이고, 학부모 및 친구들과 즐겁게 사진 찍는 모습이 사라졌다. 교문 앞에서 꽃다발을 파는 모습도 없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초등학교는 비대면 또는 학부모 참석 없는 졸업식을 진행한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12일 광주 광천초등 졸업식은 꽃다발을 든 학부모나 작별 노래를 불러주던 후배들 없이 6학년 졸업생 70여 명만 각자의 학급에서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렀다. 4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탓에 졸업생들은 올해 첫 등교가 졸업식이 되어버렸다.

쓸쓸할 뻔했던 졸업식은 학교가 마련한 ‘비대면 축하 영상’으로 특별해졌다. 학부모는 물론 형제ㆍ자매까지 동원된 영상에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 랩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졸업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진한 포옹 한 번 해주지 못한 아쉬움은 주먹 인사로 달랬다.

이날 수원 신풍초등 졸업식에는 어린이들의 졸업앨범과 재능기부로 친구를 그린 졸업생들의 그림만이 덩그러니 놓였다. 이 학교에서는 학급별로 졸업식이 진행됐다.

12일 열린 영동 상촌초등학교의 온라인 졸업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은 졸업생과 재학생이 예쁜 한복을 입고 함께 준비한 해금연주 영상이었다.

진주 충무공초등의 경우도 8일 열린 졸업식을 각 반의 특성을 살린 교실의 작은 졸업식 형태로 실시했다. 학부모들은 줌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졸업식에 참여하고, 웹캠을 이용해 상황을 생중계하며 진행했다. 학교장이 교실을 찾아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학교는 친구들과 추억을 담은 사진을 찍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학교 밖 울타리에 포토존을 네 곳을 설치해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보령 미산초등은 11일 제91회 졸업식과 재학생 종업식을 모두 비대면으로 실시했다. 졸업식은 교장실에서 학생들만 참석한 가운데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진행됐다.

상주 화령초등은 최근 학생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졸업식을 가졌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 찾아가는 졸업식을 기획한 것. 교장 선생과 6학년 담임교사 등은 졸업생들의 집을 찾아가 마당에서 졸업장을 안겨주고, 축하 꽃다발과 졸업앨범, 졸업선물을 전달하며 석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비무장지대 안 파주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식도 특별했다. JSA경비대대 장병들이 8일 열린 온라인 졸업식에 축하 영상을 제작해 보내고 선물도 안겨준 것이다.

청주 강내초등의 제91회 졸업식은 졸업생 6명과 5학년 10명, 교직원 5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30분 만에 끝났다. 꽃다발을 들고 가족과 사진을 촬영하는 시간이 없어서였다.

박준희 교감 선생님은 “코로나19로 달라진 풍경은 아쉽지만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마음은 더 간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홀로 졸업식’에 폐교 학교도

11일 열린 삼척 소달초등학교의 졸업식은 더 특별했다. 93년 역사를 지닌 이 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이었기 때문이다. 소달초등은 3월 1일부터 도계초등학교 소달분교장으로 개편된다. 1927년 개교 이후 4755명이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현재 이 학교의 학생 수는 졸업생을 포함해 7명뿐이다.

이날 졸업생은 김선주 군이었다. 김복수 교장 선생님은 “삼척에서 6번째로 오래된 학교가 마지막 졸업식을 열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졸업식 중간에 눈물이 터지려 했지만, 어린이들의 씩씩한 내일을 응원해주기 위해서 꾹 참았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현상은 이 학교뿐 아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졸업생이 없어 졸업식을 열지 못하는 학교는 도내에서만 10곳이다. 졸업생 1명이 ‘나홀로 졸업식’을 치르는 초등학교도 18곳에 달한다. 충북 지역도 비슷하다. 졸업생이 없어 졸업식을 하지 못하는 학교도 제천 입석초등과 영동 심천초등 2곳이다.

한편,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강원도 양양ㆍ홍천ㆍ영월의 시골 분교장 4곳은 이번 학년도를 마지막으로 폐교한다.

△꽃다발과 짜장면 사라진 1월 졸업식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졸업식을 간소화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등 비대면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학교도 적지않다.

광주와 전남 지역 대부분 학교의 졸업식 역시 학생들만 참석한 가운데 대강당이 아닌 교실에서 치러진다. 때문에 친구들과 졸업식장에서 왁자지껄 지난 6년간의 ‘추억을 소환’하는 풍경을 볼 수 없다. 더욱이 5인 이상 식사 금지에 따라 졸업식이 끝나면 온 가족이 중국음식점에서 탕수육이나 짜장면을 먹는 문화도 자취를 감췄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많은 초등학교들이 2월이 아닌 1월에 졸업식과 함께 종업식을 하고, 겨울 방학에 들어간다. 겨울 방학과 새 학기 중간에 시행하는 봄 방학을 아예 없앤 것이다. 이런 학사일정의 변화는 일선 학교가 2월 중 새 학기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