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배워보자] 단수를 칠 수 없는 무승부 상태 '빅'


바둑에는 '빅'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무승부를 뜻하는데, 아마도 '비기다'라는 우리말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즉, 바둑을 다 두고 집을 세어 무승부가 나왔을 경우 '빅'이라고 한다. 하지마 '빅'이라는 말은 다른 용도로 휠씬 더 많이 쓰인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양쪽이 모두 사는 형태가 나오곤 하는데, 이를 '빅'이라고 말한다. 물론 다 잡은 상태의 말을 빅으로 살려주게 되면,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억울함을 상상조차 할수 없을 것이다.

<그림1>이 바로 빅의 형태이다. 과연 흑은 백을, 백은 흑을 잡을 수 있을까? 정답은 'No!' 천하의 이창호도 이런 상황에선 상대의 말을 잡을 방법이 없다. 이유를 알아보자.

흑이 백돌을 잡기 위해 <그림 2> 흑1로 백 5점에 대해 단수를 쳤다. 이렇게 둬 놓고 '흐흐~'웃음을 흘리는 사람을 보면 필자의 마음이 아프다. 곧바로 다가올 참담한 비극을 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보시라. 백 5점이 단수에 몰려 있긴 하지만, 거꾸로 흑 6점도 단수가 되어 버렸다. 이번에 둘 차례는 누구일까? 바로 백이다. 그렇다면 죽는 것은 누구일까?

<그림 3>을 본 흑 선수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 백 2를 놓으니 흑 1을 포함한 흑▲가 모두 죽어 버렸다. 흑 1은 스스로 자살 골을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런 수를 보고 유식한 말로 '자충수'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그냥 상식으로만 알아 두자. 다시 <그림 1>로 돌아가자. 결국 이런 모양에서는 먼저 두는 쪽이 죽게 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결국 바둑이 끝날 때까지 바보가 아닌 이상 먼저 단수를 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둑 규칙에서는 이런 상황을 놓고 무승부, 즉 '빅'이라고 한다. 흑돌도 백돌도 사이좋게 모두 살았다는 뜻이다.

끝으로 빅의 모양을 하나 더 보기로 하자. <그림 4>가 바로 빅이다. 흑이든 백이든 <가> 또는 <나>에 둬 상대방을 단수 칠 수 없다. 놓는 즉시 자신도 단수에 물려 죽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모양 역시 흑도 백도 모두 살아 있는 것이다.

양형모ㆍ한국기원 홍보부

입력시간 : 2003-06-24 09:38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