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혼, 고구려 여행] 안악 2호분
고구려 여성의 종교 생활 알 수 있어

- 여자만 묻힌 무덤

덕흥리 고분은 남자 주인공이 먼저 묻히고, 여성은 뒤늦게 묻혔습니다.

안악 2호 분의 비천도. 아름다운 선과 자연스러운 표정이 두드러진다.
안악 2호 분의 가족도. 오른쪽의 키 큰 사람이 무덤의 주인공이다.
안악 2호 분의 북벽 그림. 중앙에 앉아있는 사람이 무덤의 여 주인공이다.

이와는 다르게 여자만 묻힌 고분이 있습니다. 황해남도 안악군에서 발견된 안악 2호 분입니다. 안악 2호 분은 5세기 말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띕니다.

먼저 벽화에 그려진 33 명 가운데 4 명을 빼고는 모두 여성입니다. 또 무덤의 널방 북벽에는 덕흥리 고분에서처럼 벽면 가운데 장방 안에 그려진 주인공으로 평상 위에 앉은 여성 한 명뿐입니다. 여성 옆에 남자 주인공도 그려져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관대(시신을 넣은 관을 놓는 곳)가 하나 뿐이어서, 이 무덤에는 여성 혼자만 묻혔고 남자는 묻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답니다. 그럼에도 남자가 그려질 벽면 부분은 빈 공간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남자 위주의 덕흥리 고분과는 달리 이 무덤은 여주인공을 위해 벽화가 그려졌습니다. 북벽 중앙 장방 좌우에는 서쪽에 6 명ㆍ동쪽에 3 명이 그려져 있는데, 모두 여성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동쪽의 여성이 서쪽보다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동쪽 여성이 서쪽 여성보다 신분이 높기 때문이겠지요.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는 신분에 따라 사람의 크기를 크거나 작게 그렸거든요.

또 서벽에는 14 명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중앙에 모자를 쓴 여인 옆에 2 명의 작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보입니다. 이들은 무덤 여주인공의 자식입니다.

그리고 남벽 입구 좌우에 그려진 다른 2 명의 남자는 여성들이 편히 쉬고 있는 무덤을 지켜주는 용감한 호위 무사입니다.

- 비천의 아름다운 모습 감탄

남벽의 출입구 위에는 하늘에 사는 보살 2 명이 보입니다. 이들은 비천입니다. 비천이 그려진 것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공은 불교 신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불교를 믿는 여주인공은 동벽에 또 한번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에서도 하늘을 나는 2 명의 비천과, 부처님께 공양을 바치러 가는 여성 3 명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3 명의 여성 가운데 앞에 선 사람은 무덤의 여주인공이고, 다음 사람은 부처님께 바칠 연꽃 쟁반을 들고 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꽃 줄을 날리며 따라오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주인공이 죽은 남편을 위해 부처님께 불공 드리러 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천장에 가득한 활짝 핀 연꽃 무늬는 불교 문양입니다. 특히 보륜 무늬(불교 사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양)도 그려져 있으며, 무덤 내부가 마치 거대한 불교 사원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무덤 안에 벽화를 이렇게 그리도록 지시한 여주인공은 어떤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요? 남편은 전쟁터에서 먼저 죽었고, 시신도 못 찾았기에 함께 무덤에 묻히지 못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 부처님께 공양을 바치면서 저승에서의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벽화를 그리게 했을 것입니다. 또 남편의 빈자리를 비워 둠으로써 저승에서 남편과 만나기를 기원했겠지요.

안악 2호 분은 고구려 여성과 종교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랍니다. 벽화 가운데 조금 더 세밀히 봐야 할 그림은 동벽에 있는 비천의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선과 자연스러운 표정이 두드러져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여성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되고 있답니다.

/김용만(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

입력시간 : 2005-04-07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