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국립민속박물관, 내달 1일까지 기산 김준근 특별전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편집=이경진 기자
조선 최고의 풍속화가로 단원 김홍도(1745~?)나 혜원 신윤복(1758~?)을 따를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서양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풍속화가는? 이들보다 한 세기 후예인 기산 김준근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그의 풍속화는 외국의 개인 및 기관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70여 점이 선보인다. 100년 전 우리나라의 풍속이 담긴 블랙박스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기산 김준근은 누구?

기산 김준근(연대 미상)은 19세기 말~20세기 초 개항장인 부산의 초량(1876년)과 원산(1879), 인천(1880) 등에서 활약했다. 그중 초량은 1876년 강화도 조약에 따라 외국인에게 개방한 개항장. 기산은 이곳에서 조선의 생활을 담은 ‘풍속도’를 주로 그렸다. 생업과 의식, 의례, 세시풍속, 놀이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풍속화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이렇게 물건을 찍듯 만들어진 그의 수출용 그림(개항장 풍속화)은 당시 조선을 다녀간 여행가와 외교관, 선교사, 세관원 등에게 팔려 나갔다. 말하자면 ‘조선 최초의 국제화가’였던 셈이다. 그는 우리나라 첫 서양 문학 번역서인 ‘텬로력뎡’(천로역정ㆍ1895년) 조선어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기산 풍속화’전시는?

김준근은 일생 동안 14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은 기산의 풍속화와 그 속에 담긴 우리 민속의 흔적 및 변화상을 찾아보는 자리다.

기산의 풍속화 진품 또는 복제와 두부판, 대곤장 같은 민속자료 등 340여 점을 함께 전시한다. 이 중 주목할 그림은 독일 로텐바움 세계문화예술박물관(MARKK) 소장 기산 풍속화 79점(원본 71점, 복제본 8점)이다. 이 그림들은 126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으며, 얼마 후면 다시 독일로 돌아간다.

◇특별전 속 사진은?

1. ‘단오에 산에 올라 추천하고’: ‘추천’은 우리 말로 ‘그네’를 말한다. 신윤복 등이 그린 이전의 그네타기 그림은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데 반해, 19세기 후반인 그의 풍속화에서는 다분히 현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는 눈빛이 이를 잘 보여준다.

2. ‘방직하는 모습’: 실을 뽑고 천을 짜고 물을 들이는 방직일을 하는 여인 6명의 모습이 한결같이 무표정이다. 당시 이 일의 고단함을 그대로 드러낸 듯 보인다.

3. ‘농부 밥 먹고’: 농부들이 김매기 후 점심을 먹고 있다. 그림 속 논 호미는 밭 호미보다 2배 이상 큰 것으로 묘사돼 있다.

4. ‘주조도’: 주물솥(가마솥)을 만드는 공장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솥의 본체와 뚜껑 부분으로 나눠 만들고 있다.

5. ‘매 사냥 가고’: 당시 매사냥 복색이 잘 드러나 있다. 개가 앞장서는 모습이 사실적이다.

6. ‘시장’: 기산 풍속화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다. 그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필치로 일상과 풍습을 스냅사진 찍듯 기록했다. 햇빛을 가리개를 설치한 점포에서 상인과 손님이 값을 흥정하고, 한쪽에서는 우시장(소를 사고 파는 시장)이 열리는 풍경은 활기가 넘친다.